5. 매장과 화장의 만남 - 논의의 합일점

1) 신학적 문제 

신학적으로 볼 때, 화장이나 매장 중 어느 한 가지 방식을 취할 때 기독교 신앙이 훼손될 우려는 전혀 없다.

 

2) 윤리학적 문제 (정서적 문제) 

윤리적인 관점에서도 이미 우리나라의 기독교인들은 이제까지 터부시됐던 화장에 대해 많은 사람이 긍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다. 이것을 볼 때 화장을 권장한다고 하여도 정서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3) 새로운 방향 모색

지금까지 우리는 매장만을 고집하는 입장에서 내세운 여러 근거가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밝혀 보았다 그러면, 미래 기독교 장례문화의 대안으로서 화장만이 유일한가? 이러한 질문에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이제 화장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매장의 폐해를 줄이는 대안으로의 발상 전환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이제는 지금까지 논의의 초점이 되어왔던 매장이냐?, 화장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에서 벗어나 기독교 공동체와 한국 사회를 유익하게 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그 초점을 옮겨야 할 것이다. 그것은 화장만을 미래 장묘문화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매장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것에 대한 대안이 없다면 매장에서 화장으로 의식이 전환되는 상당한 기간 동안 국토는 논의의 발단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은 문제를 계속 안고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화장과 함께 매장의 개선책을 미래의 새로운 장묘문화의 대안으로 제시해 보고자 한다.

 

4) 국토의 잠식 문제에 대한 개선된 매장으로서의 대안,

첫째, 묘지 공개념 제도 등을 도입하여 묘지를 어느 한 개인이 독점하지 못하도록 국가 기관 등이 소유한다.

둘째, 묘지의 크기를 엄격하게 최소한도의 수준으로 제한하고 납골 형 묘지 형태와 같은 다양한 묘지구성방식을 개발한다.

셋째, 현재 주인이 불분명한 묘소들 가운데 역사적 보존의 가치가 없는 것들을 일제 정리하고, 묘지 안에 시신이 묻혀 있는 기간도 일정한 기간으로 제한하여 그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미 완전히 해체되어 더 이상 썩을 것도 없는 남은 유골을 모아서 납골 처리하도록 법제화한다. 적어도 묘지 안에 시신이 묻혀 있는 기간은 손자들이 할아버지의 묘소까지 볼 수 있도록 비교적 충분한 기간을 주어도 된다고 생각된다. 후손들이 일 년에 한 두 번이라도 부모와 조부모의 묘소를 방문하여 혈연의 끈을 확인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넷째, 묘역의 조경을 환경친화적으로 잘 꾸며서 묘역이 시민들의 문화와 역사의 공간으로 전환되도록 한다.

다섯째, 묘지의 비용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저렴하게 확정한다.

 

장례식 국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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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교회지도자로서 장묘방식에 대한 바른 자세는?

이제까지 논의된 사항들을 통하여 볼 때, 기독교는 장묘 방식에 대해서 어느 것 하나만을 고집하고 있지 않음이 판명되었다. 그런데도 우리에게는 아직 ‘전통’이라는 장애물이 있다. 즉, 이제까지 한국교회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화장을 반대해 왔던 과거의 경험이 이제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하는 우리의 노력을 무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는 바이지만, 이 새로운 시도(화장허용)는 신학적, 윤리적으로 전혀 문제를 갖고 있지 않다. 그리고 기독교 공동체의 많은 사람이 이것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하고 있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가 이 새로운 시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시도는 실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실행하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지혜가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아직 기독교 공동체 안에 극단적으로 화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교회 지도자는 그들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교회의 프로그램 속에 ‘장묘방식에 대한 기독교적 입장’에 대한 강의를 넣어서 그들의 이해를 도와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화장하고 싶으나 아직 화장을 거부하는 교회의 분위기 때문에 화장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교육은 필수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결론

장묘문화는 대단히 중요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사람은 누구나 죽고, 그 죽음을 대할 때, 사람들은 종교적 관념을 떠올리게 되고, 그래서 시신을 처리할 때, 자신의 신앙에 따라 행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신앙적 요소와 함께 각 지역의 문화적, 기후적 요소가 함께 영향을 미쳐

서 하나의 장묘문화가 형성된다고 볼 때, 우리는 기독교의 장묘 방식에 있어서 이제까지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해 왔던 매장만을 옳다고 할 수 없게 되었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그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도 변해가고 있다. 기독교(특히 기독교 지도자)는 그 변해가는 시대와 사람들의 인식에 민감하게 그리고, 바른 신학과 신앙을 가지고 반응해야 하며, 여기에 윤리적 문제 여부를 잘 분별하여 사람들의 인식변화와 시대의 변화로 일어나는 요구들에 뒤이어 방향을 설정하기보다는 한 걸음 더 앞서서 옳은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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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및 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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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장례문화에 대한 기독교 윤리학적 대안.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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