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서평

- 존 번연 [기독교 고전]


1. 저자에 대하여

존 번연은 1628년 잉글랜드의 베드포드(Bedford) 근방의 엘스토우(Elstow)에서 태어나 1688년 런던에서 사망하였다. 그의 생애는 영국의 청교도 혁명, 공화정, 왕정복고의 시기에 걸쳐 있고 명예혁명이 일어나기 전날 밤 죽었다. 그는 자신이 비천한 태생을 인정하며 “내 아버지의 집은 우리 나라 모든 사람들로부터 멸시받는 가장 비천한 계층에 속했다”라고 스스로 말하였다. 번연은 16세에 의회군으로 징집되어 5년간 군대 생활을 하였으며, 21세가 되는 1649년에 결혼을 하여 4명의 자녀를 두었다. 그러나 결혼한지 10년만에 부인과 사별을 하였다. 이 부인의 이름은 기록에 남아 있지 않다. 번연은 청교도인이었고 그의 신앙생활은 1653년 베드포드의 일반침례교를 다니면서 시작이 된다. 그 교회의 목사인 존 기포드(John Gifford)를 만나 상담을 하게 된다. 그후 번연은 고향을 떠나 베드포드에 정착하게 되고 베드포드 근처의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설교를 하기 시작한다(1655년). 그러나 이후 1660년 스튜어트 왕조가 복구되고 나라의 인정을 받지 못한 설교는 금지되던 시기가 옴으로 인해 1660년 11월 번연은 불법집회를 인도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게 된다. 처음에는 3개월간 베드포드 감옥에 수감되는 판결을 받았지만, 풀려난 후 설교를 하지 말라는 당국자의 명령을 끝내 거절했기 때문에 그는 1672년까지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이 시기에 번연에게 큰 도움을 준 사람은 그의 두 번째 아내였던 엘리자벳이다. 첫 번째 부인과 사별한 후에 재혼한 부인으로 그녀는 남편을 권력자들의 적대감으로부터 막기 위해 노력하였고 남편의 재판에 있어서 여러번 탄원을 올렸다.

번연은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에도 당국자들의 허락으로 가끔 외출을 할 수 있었고 베드포드 교회의 여러 모임에 참석하였다. 그는 또한 가족의 생계를 위해 구두끈을 만들어 집으로 보냈으며, 죄수들에게 설교하고 여러 권의 책을 썼다.

감옥에 있을 때 쓴 첫 책은 [유익한 명상]이었고, 그 후에 [그리스도인의 행동], [거룩한 성], [죄인의 괴수에게 넘치는 은혜]등을 펴냈다. [천로역정]은 1667년부터 1672년까지 상당한 시간을 두고 집필한 것으로 추정된다.

1672년 1월 21일 베드포드 교회는 번연을 목사로 초빙하였고 3월에 감옥에서 풀려났으며 5월 9일 그는 찰스 2세의 관용령에 의해 설교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그러나 1677년 다시 수감되어 6개월을 감옥에소 보내게 된다. 그의 저술 활동은 이후에도 계속되어 [악인 씨의 삶과 죽음], [거룩한 싸움], [소년 소녀를 위한 책]등 총 60여권의 책을 집필하고 1688년 8월 31일 런던의 친구집에서 열병으로 숨지고 만다.

 

2. 역사적 배경

당시 영국 청교도인들의 상황은 갖은 핍박과 푸대접을 받고 있을 때였다. 엘리자베스 여왕(1533-1603)은 취임 1년후인 1559년 종교통일령을 만들어 카톨릭과 청교도를 법령으로 금지하였고 이후 청교도는 음지에서 그들의 신앙을 유지해야만 했다. 비록 이시기에 청교도들이 영국의 국회와 경제, 무역부문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며 활동 중이었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의 사망 이후에 계속적으로 카톨릭을 믿는 국왕들이 등극함으로 인해 정치적으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었다. 1642년 청교도 혁명으로 올리버 크롬웰(1599-1658)이 정권을 잡고 공화정시대(1649-1658)가 열리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했고, 스튜어트 왕조의 찰스 2세의 통치가 시작(1660년)되면서 청교도들은 다시 핍박 속으로 밀려나게 된다. 번연이 설교를 금지 당하고 감옥에 갇힌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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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용요약

 

1부

저자는 감옥에서 꿈을 꾸게 되고, 꿈속에서 죄를 고민하여 구원을 원하는 ‘크리스챤’을 발견한다. 순례자는 전도자의 인도로 천국을 향하게 되며 이제 갖가지 시험과 여러종류의 사람들을 만나는 여정이 시작된다. 그는 십자가 아래에서 죄로부터 구원을 받고 새 힘을 얻어 더욱 자신의 여정에 자신감을 얻게된다. ‘아름다움의 집’을 지나면서 갑옷과 무기로 무작을 하는데 이 무장은 앞으로 만나게 될 마귀들과의 싸움에서 그를 지켜준다. ‘믿음’이라는 친구를 만나고 두 순례자의 쉽지않은 여정은 계속된다. 그러나 ‘허망의 시장’에서 ‘믿음’은 순교를 하고 그곳에서 겨우 살아난 크리스챤은 ‘소망’이라는 친구를 새롭게 만나게 된다. 그들이 시험에 빠져 ‘절망의 거인’의 손에 잡혀 모진 고난을 격지만 ‘약속의 열쇠’로 탈출을 한다. 이어 ‘기쁨의 산’에 이르러 목자들의 영접을 받아 휴식을 취하고 다시 힘을 얻어 ‘쁄라의 땅’을 지나 ‘죽음의 강’을 건너 천국에 이르게 된다.

 

제2

남편 크리스챤의 순례를 비웃었던 그의 아내 ‘크리스티아나’는 꿈속에서 천국에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네 명의 아들들과 ‘자비심’과 함께 순례의 길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들의 여정은 ‘크리스챤’의 여정과 같았지만 ‘담대’의 안내와 보호로 남편보다는 어렵지 않게 순례의 길을 가게 된다. 순례의 길에서 그녀의 자녀들은 모두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는다. 또한 ‘가이오의 집’을 위험에 빠뜨리고 순례자들을 죽이는 ‘살선’을 물리치며, ‘절망의 거인’과 그의 아내도 죽인다. 마침내 ‘쁄라의 땅’에 도착하고 ‘크리스티나’와 몇 명의 순례자들은 천국으로 인도를 받는다.

 

천로역정
국내도서
저자 : 존 번연(John Bunyan) / 유성덕역
출판 : 크리스챤다이제스트 2007.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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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평가

 

역사적 평가

이 책은 번연이 첫 번째 수감기간 동안 집필한 책으로 1679년에 제1부가 출판되었고, 1684년에는 제2부가 출판되었다. 이 책은 1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사람의 삶을 여행으로 표현하는 비유적 상징법은 오래 전부터 쓰인 구조이다. 은유(metaphor)과 상징(symbol), 알레고리(allegory)는 ‘천로역정’안에서 내내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낭만과 모험이 어울러진 이 책 안에는 구원을 눈에 보이는 한 도시(멸망의 도시)에서 다른 도시(천국)로 나가는 여정으로 나타내고 있다.

주인공인 크리스챤의 여정과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인물, 사건 등을 살펴보면 이 책은 주로 성화의 교리를 회화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성화의 과정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구원의 계획에 있어서 다른 모든 단계들이 전체적인 설계도 안에 나타나고 있다. 택함과 부르심, 성화, 영화, 이것들은 번연이 선택받은 영혼들의 행로로 그려 놓은 도식이다. 그러므로 주인공인 크리스챤은 한 사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각 사람의 범례를 나타내는 것이며 그의 행로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천로역정에 나타난 구원의 구조보다 더 힘차고 명로하고 매혹적으로 표현된 책은 없을 정도라고 평가된다.

이 책에서 순례자의 경험은 그리스도인 각자가 이 생을 지나는 것과 같은 그런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번역은 그의 독특한 칼빈주의와 침례교전통에서 너무 나도 멀리 떠난 많은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입장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이 시련과 유혹과 희락과 위로를 묘사하고 있다. 번연의 삶 자체가 이러한 일을 증거하는 청교도적인 삶이었다. 곧 자신이 과거에 체험했던 일을 음미하고, 그것을 객관적으로 보편적인 형태로 변형시켜 청교도인들에게 소망을 깨우쳐 주기를 원했던 것이다. 진리를 추구하면서 사회의 적대시에 대응하는 기독교인들의 유형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타협과 절충, 세속화에 물들어 가는 유형들도 함께 묘사하고 있다.

 

영향

영국의 문학평론가 버나드 쇼는 천로역정의 문학적 표현이 셰익스피어(1564-1616)의 문학보다 더 위대하다고 평했다. 번연의 문화적 영향은 영적 세계의 비전과 경건을 추구했던 스펄전(1834-1892)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며(스펄전은 이 책을 무려 120독이나 했다고 한다), 세속적 노동세계의 가치를 추구했던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또한 번연은 현대 카톨릭의 사제이고 신학자였던 헨리 나우웬(1932-1996)에게 영적 사고의 자원을 공급해 주는데 공헌을 했다. 그의 이 작품은 오늘날 영적인 성숙을 추구하는 많은 목회자와 그리스도인들에게 계속 읽히고 있으며, 영적인 영향력을 공급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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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토의

이 책은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힌 책이며, 이야기 속에는 은유와 비유등이 내포되어 있다. 논쟁거리는 상당히 많다. 번연도 서언에서 이점을 말하고 있으며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기를 거듭 부탁하고 있다.

 

구원의 시점과 그 이후의 삶에 관한 것이다. 주인공은 등장부터 그의 등에 무거운 짐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으며 구원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고민에 휩싸인다. 그는 전도자의 안내를 따라 좁은길의 여정을 시작하고 몇 가지 고난을 통과하게 된다. 주인공이 그의 짐을 덜게 되는 십자가를 만나는 부분은 책의 초반이다. 그는 십자가 앞에서 죄사함을 받고, 새 옷을 입게 되며, 이마에 표를 받게 되고, 봉인된 두루마리를 받는다. 이후의 여정은 이전보다 더욱 힘들며 많은 위협과 공포와 핍박에 시달린다. 중간 중간 거치게 되는 안식처에서의 휴시을 제외하고 긴장은 계속된다. 십자가는 주인공에게 끝이 아니었다. 그것이 구원의 시작이었고 그 이후에 수많은 역경을 스스로의 힘과 의지로 때로는 도우심과 인도로 이겨 나간다. 하나님의 왕국에 도착하기까지 그의 여정은 결코 만만치 않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오는 위험의 상황을 일부러 피하거나 숨지 않았다. 주인공의 여정은 십자가에서 자신의 짐을 벗는 것은 하나님의 왕국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출발이라는 것이다. 그 사실은 순례의 길에서 만나는 다른 등장인물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죽음의 강을 건너 천국에 들어가는 마지막 순간에도 그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우리는 새신자에게 십자가 앞에서 죄의 용서를 구하고 그리스도를 영접하면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그 순간 천국은 이미 자녀가 된자, 바로 당신이 소유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구원과 천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요충분조건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이 책에 나타나는 구원과 다르다. 죄사함 이후 성도들의 삶은 편하고 윤택하다고 생각한다. 고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보다는 소극적인 방어와 회피를 생각하거나 고난을 만나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경건의 추구와 이 세상 삶에서의 성화를 고민하기보다는 현재의 평이한 생활이 계속 유지되기를 바라며, 영적 성숙을 갈망하기보다는 생활의 풍요를 더 원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지적은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일부 성도의 태도를 지나치게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구원을 쉽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구원 후의 삶도 그다지 어렵지 않으며, 신앙을 수호하는 모습도 투철하지 않음을 자신있게 부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이 쓰여질 당시 영국의 상황과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판이하게 다르다. 당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모든 핍박을 감수하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했다. 어쩌면 이슬람 국가나 중국, 북한등 선교의 불모지에서 예수를 영접하는 사람들은 이와 똑같은 결단을 하고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들은 안일무사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 더욱 절실하게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은 현실에 대한 만족과 안일함이 아닌, 이 책에서 나타난 순례자들이 역경을 적극적으로 대처해가는 믿음의 자세이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구원은 이미 이루어졌다고 안심하는 것이 아니라 성화를 위해 정진하는 겸손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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