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고전강독 1
국내도서
저자 : 공병호(Gong Byoung Ho)
출판 : 해냄출판사 201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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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떠나야 시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제각기 자기의 길을 갑시다. 나는 죽기 위해서, 여러분은 살기 위해서, 어느 쪽이 좋은가하는 것은 오직 신만이 뿐입니다."

 

소크라테스가 남긴 담담한 마지막 문장은 오래도록 감동으로 남는다. 그의 죽음이 다가올수록 아쉽다거나 슬픈 감정이 일기보다는 오히려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대한 태도를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는 죽음 자체를 찬양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힘든 선택 앞에서 비굴하게 타협하는 대신 당당한 최후를 선택함으로써 영원히 이름을 남길 있었다.

 

공병호, 공병호의 고전강독 1, 해냄, 2012. p. 97.

 

어머님이 말기 암으로 돌아가셨다. 장례식을 치루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슬픔이 밀려왔지만 그 슬픔도 잠시, 형식적인 장례 절차에 일종의 환멸감이 생겼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돌아가신 어머님을 애도하는 것도 유족을 위로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형식적인 생색내기에 불과했다.
나의 장례식은 그런 형식이 아닌 가벼운 작별 인사였으면 좋겠다. 남아 있는 자들을 힘들게 하고 아들의 어깨에 짐을 지워주는 것이 아닌 가벼운 발걸음이었으면 좋겠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죽음 앞에 서야 하는 그것이 뭐 대단한 일이며 슬픈 일인가.
처음 인사 하듯이 "안녕"이라면 족하다. 국화 꽃 하나를 올려 준다면 그 보다 더 기대할 것이 무엇인가! 
내가 죽은 그곳에서 식사를 하지 말고 가길... 밤새 울어 줄 필요도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앞으로 다가 올 당신의 죽음을 생각하며, 가족들과 즐거운 만찬을 즐기길... 
그래도 설사 미안하거나 보잘 것 없는 내가 생각난다면... 살아 있는 유족들에게 따스한 밥 한끼나 사주구려...
가는 길은 걱정 말게나. 

주님이 함께 하시니... 곧 뒤따라 올 당신이나 걱정하게나.

 

이미 몸은 장기 기증하기로 했으니... 쓸곳이 있다면 행운이며, 없다면 아쉬움 뿐... 

 

살아 생전 그리 넓지 않은 방에 살았는데... 죽은 몸 관에 넣어 두면 무엇하리... 

 

아 행복한 가족의 마음에 영원히 남는다면 그것으로 나의 삶은 실패하지 않았다 말할 수 있을 것 같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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