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Antonio Vivaldi) 사계 감상문

비발디(Antonio Vivaldi)의 사계 감상문

비발디(1678~1741) 사계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사계절(봄, 여름, 가을, 겨울)의 분위기를 음으로 그려낸 협주곡입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으로 항상 들어가는 <사계>는 12곡으로 이뤄진 협주곡으로 독주 바이올린이 전면에 나서고, 현악기를 중심으로 한 작은 규모의 오케스트라가 그 뒤를 받쳐줍니다.

비발디는 누구?

분위기는 그의 머리색깔 만큼이나 경쾌합니다. 사람들은 비발디를 ‘빨강머리 사제’라고 불렀는데 아버지로부터 바이올린을 배웠습니다. 
그는 1693년 열 다섯살에 가톨릭 사제로 출가했지만, 사제 수업기간이던 10년 동안 기숙사에 머물지 않고 집에서 학교를 오갔습니다. 1703년 사제로 임명되었지만, 지병을 이유로 사제의 의무를 면제 받았습니다. 그의 지병은 ‘천식’이라고 알려졌는데... 실제로 그런지 꾀병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사계>는 처음 인기가 많았지만 비발디가 사망(비발디의 거의 모든 음악이 피에타 음악원에 재임하던 시절에 작곡)하고 인기가 급하락되었습니다. 하지만 1930년 작품이 재평가되면서 다시 인기를 끌었습니다.

비발디(Antonio Vivaldi) [출처: 위키피디아]

비발디 사계는 아래와 같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비발디 사계 중 봄>

협주곡 1번 마장조, 작품번호 8번, RV. 269 "봄"

1악장 : 봄이 온것을 새들이 기뻐하여 지저귀고 샘물이 넘쳐흐르고 있어요.
2악장 : 나무 그늘 안에서 자고 있는 양치기를 미풍이 스치고 지나가요.
3악장 : 물가에서 양치기와 물의 요정이 춤을 추고 있어요.

비발디 사계 중 봄 감상문

봄은 다들 아시겠지만 얼어 붙어 있던 대지들이 봄의 힘찬 기운을 받아 만물이 태동하는 계절입니다. 비발디도 그것을 음악으로 묘사하고 싶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활기차고 새들의 지저귀듯이 시작합니다.
꼭 사계절을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루 중에서 새벽 아침이죠. 캠핑을 좋아하시나요? 비발디가 아니더라도 자연이 협주곡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새들의 지저귐입니다. 
2악장으로 넘어 가면서 매우 여리고 매우 느리게로 전환이 됩니다. 햇살이 대지의 곳곳을 터치하는 느낌으로 시작합니다. 태양의 따스함이 아지랑이로 올라오면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3악장에서는 차분하게 비가 내려는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어쩌면 비발디는 생명에 필요한 빛, 물, 바람을 노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발디 사계 중 여름> - 단조로 무더운 여름의 무게를 표현

협주곡 2번 사단조, 작품번호 8번, RV. 315 "여름"

1악장 : 이글 이글대는 햇빛에 지친 사람들과 멀리서 새소리가 들려오고 있어요.
2악장 : 시끄러운 천둥소리와 폭우를 피하는 사람들이 나와요.
3악장 : 벼락으로 인해 벼이삭이 쓰러지게 되요.

비발디 사계 중 여름 감상문

여름은 아이스크림이 녹듯이 마냥 쳐지는 계절입니다. 비발디는 여름을 굉장히 차분하게 분위기를 묘사했습니다. 무기력하고 지친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하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여름의 2악장은 처지고 암울한 분위기로 끝나면서 3악장으로 넘어가 여름을 절정을 연주합니다. 태풍이 몰아치면서 모든 만물들이 두려워하는 시기입니다. 
 

<비발디 사계 중 가을>

협주곡 3번 바장조, 작품번호 8번, RV. 293 "가을"

1악장 : 농부들이 즐겁게 추수를 하며 축제를 하고 있어요.
2악장 : 농부들이 술에 취해서 쉬고 있어요.
3악장 : 총과 뿔피리를 들고 사냥을 하고 있어요.

비발디 사계 중 가을 감상문

거센 여름이 지나가고 시원하고 경쾌한 분위기의 가을로 이어집니다. 가을은 무엇을 해도 좋은 날씨입니다. 하늘은 맑고 높으며, 산들바람이 어디든지 간지럼을 태우는 계절입니다.
들판에는 잘 익은 곡식들이 나무에는 아름다운 결실들이 가득합니다. 마음이 풍요롭고 여유롭기 때문에 비발디도 급할 것이 없습니다. 농부들의 땀방울이 추수의 기쁨을 늦출 수 없습니다.
가을의 2악장은 매우 느린 분위기로 연주합니다. 낙엽이 천천히 흔들 흔들 내려오듯이 말입니다. 가을은 추수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목표가 상실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또 다른 쓸쓸함 그리고 번민이 남는 계절입니다. 
3악장에서는 그런 고독도 잠시 분위기를 반전해서 사냥하는 즐거움을 묘사합니다. 즐길 수 있는 계절입니다. 어쩌면 그동안의 수고를 다 털어 버리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계절입니다.

<비발디 사계 중 겨울> - 단조로 매서운 추위를 표현하는 부분

협주곡 4번 바단조, 작품번호 8번, RV. 297 "겨울"

1악장 :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매서운 눈바람이 몰려오고 있어요.
2악장 : 한 농가의 따뜻한 화롯가
3악장 : 얼음위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과, 사람들이 봄을 기다리고 있어요.
 

비발디 사계 중 겨울 감상문

겨울의 1악장은 너무 빠르지 않게 시작합니다. 겨울의 초 입구이기 때문입니다. 점점 겨울의 매서운 바람과 추위가 깊어지는 것을 느껴 집니다. 외롭게 그 벌판을 걸어 집으로 향해 가야 합니다.
그렇게 도착한 농가의 따스한 화롯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2악장 매우 느리고 폭넓게로 시작합니다. 화롯가의 열기와 불꽃에 몸과 마음을 녹이면 됩니다. 포근하고 따스한 선율을 취해 꾸벅 꾸벅 졸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덧 사계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3악장은 빠르게 연주가 시작됩니다. 다시 봄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마음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아직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눈 속 밑에 싹이 자라고, 꽁꽁 얼었던 강물들도 어느새 조금씩 녹아 물소리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비발디는 마지막에 강렬하게 연주로 마무리 합니다.


비발디 사계를 듣고 있노라면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빠르고 - 느리고 - 빠르게...
그래서 20세기의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는 비발디에 대해 “똑같은 협주곡을 100곡이나 썼던 사람”이라며 극단적인 비판을 퍼붓었지만, 그러면 어떻습니까? 음악이 좋으면 그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