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를 읽고 [인문 고전]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고
1. 그리스 신화의 기원
그리스 신화는 기원전 8세기 작품으로 생각되는 호메로스의 고대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아> 및 이것과 거의 동시대 사람인 헤시오도스의 두편의 서사시 <신통기>와 <일과 일상>으로 대표되며 현존하는 고대 그리스 문학의 이야기나 미술에 표현된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 고대 로마의 라틴 문학에 전해지는 신화로 대부분은 그리스 신화의 재설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그리스·로마 신화를 일괄하여 그리스 신화의 일부로 취급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의 원형은 기원전 2천년 후반의 이른바 미케네 문명시대에 이 문명을 모체로 하여 형성되었다고 확신한다.
미케네 시대에 형성된 그리스 신화의 원형은 기원전 3천년 말엽에 그리스인에 의해서 그리스로 가져온 인도-유럽 어족의 공통 문화에서 유래한 신화가 풍토와 생활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이전에 거주하던 사람들의 신화나 선진 서사 시인들에 의해 구전으로 계속 이어졌고 후에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의 작품에 문자로 기록되고 헬레니즘 시대 및 고대 로마의 문학 작품이나 기원전 12세기의 비잔틴 학자들의 저작 등에도 등장하거나 언급되어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2. 그리스와 로마의 신들
1) 그리스인들의 세계관
그리스인들은 지구는 둥글고 평평한 것으로 믿고 있었다. 자기들의 나라는 그 중앙에 있고 그 중심점을 이루는 것이 신들의 주거지인 올림포스 산 혹은 신탁으로 유명한 델포이의 성지라고 믿고 있었다. 이 원반과 같은 세계는 동서로 길다란 바다(지중해와 흑해)에 의해 두 개로 나뉘어 있고 지구의 주위에는 대양하가 흐르고 있다. 지구의 북쪽 일부에는 히페르 보레오스라 부르는 행복한 민족이 영원한 기쁨과 봄을 누리며 살고 있고 남쪽에는 에티오피아인이, 서쪽 끝에는 “엘리시온의 들”로 총애 받는 인간이 죽음의 괴로움을 맛보지 않고 가는 곳이 있다. 고대 그리스인은 이렇듯 자기 나라와 동방과 남방의 민족 혹은 지중해 연안 근처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민족도 존재하지 않는 줄로 알고 있었다.
2) 그리스의 신들
신들의 거처는 올림포스 산 꼭대기에 있었다. 주신 제우스의 소집이 있으면 신들은 모두 제우스의 델포이 신전에 모여 그들의 음식과 음료인 암브로시아와 넥타르를 먹고 마시며 천상과 지상의 여러 사건들을 이야기하였다.
제우스는 신들과 인간의 아버지로 양친은 티탄 신족에 속한 크로노스와 레아이다. 이 신족의 양친은 하늘과 땅으로부터 태어났고 하늘과 땅은 또 카오스(혼돈)으로부터 태어났다. 제우스는 그의 형제 자매와 더불어 그들의 아버지인 크로노스와 그의 형제인 티탄 신족들에 대해 폭동을 일으켜 그들을 정복하고 그의 동생인 포세이돈과 하데스와 함께 크로노스의 영토을 분할해 지배한다. 제우스는 하늘을, 포세이돈은 바다를, 하데스는 죽은 사람들의 땅을 차지하였다. 헤라는 제우스의 아내이자 신들의 여왕이다.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로 태어나면서 절름발이인 천상의 영공 헤파이스토스와 전쟁의 신인 아레스가 있다. 궁술과 예언과 음악의 신 아폴론은 제우스와 레토 사이의 아들이고,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는 제우스와 디오네 사이에 태어난 딸이다. 일설에 의하면 바다의 거품에서 나왔다고도 한다.
사랑의 신인 에로스(큐피드)는 신과 인간의 가슴속에 사랑의 화살을 쏘아 넣었고, 지혜의 여신 아테나는 제우스의 머리에서 완전히 무장한 모습으로 태어났다. 헤르메스는 상업, 레슬링 및 그 밖의 경기, 도둑질까지 주재했고, 데메테르는 농업을 주재했다. 디오니소스(바무스)는 술의 신이며, 그 밖에 운명의 여신, 복수의 여신들이 있다.
3) 로마의 신들
사투르누스는 고대 이탈리아인의 신으로 그리스의 신 크로노스와 동일시되는데 그의 신정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겨울에 사투르날리아라는 제전이 거행되었다.
파우누스는 들과 목자의 신이며, 키리누스는 전쟁의 신으로 숭배 받았다. 국가와 가정을 주재하는 베스타, 문의 수호신인 야누스가 있다.
3. 불의 탄생과 인간의 희망
1) 세계창조
땅과 바다와 하늘이 창조되기 전에는 만물은 다 같은 모양이었는데 이것을 카오스(혼돈)라고 부른다. 이 카오스는 형태 없는 혼돈의 덩어리로 땅과 바다와 공기가 한데 혼합되어 있었는데 신과 자연이 개입하여 분리시키고 이 혼돈을 끝나게 했다.
2) 인간의 탄생
프로메테우스는 대지에서 흙을 조금 떼어내어 물로 반죽하여 인간을 신의 형상과 같이 만들었다. 프로메테우스와 그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는 인간을 만들거나 인간과 그 밖의 다른 동물들에게 그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을 주거나 하는 일을 위임 받고 있었다. 에피메테우스는 각각의 동물들에게 용기, 힘, 속도, 지혜 등 여러 선물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만물의 영장이 될 인간의 차례가 오자 그의 자원을 몽땅 탕진하여 줄 것이 남아 있지 않았으므로 당황한 그는 프로메테우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프로메테우스는 하늘로 올라가 태양의 이륜차에서 불을 붙여 인간에게 가지고 내려왔다. 이 선물 덕택으로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월등한 존재가 되었다.
최초로 만들어진 여자는 판도라로 그녀를 완성하기 위해 모든 신들이 약간씩 기여하였다. 아프로디테는 미를, 헤르메스는 설득력을, 아폴론은 음악을, 기타 여러 가지를 주었다. 에피메테우스는 그의 집에 한 개의 상자를 갖고 있었는데, 그 속에는 해로운 물질들이 들어있었다. 어느 날 판도라는 그 상자의 뚜껑을 열어 보았는데, 그 속의 인간을 괴롭히는 무수한 재액이 그 속으로부터 빠져 나와 통풍, 루머티즘, 복통, 질투, 원한, 복수 등이 멀리 날아가 버리고 오직 하나만이 맨 밑에 남아 있었는데 그것은 “희망”이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어떤 재난에 처해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3) 최초의 인류 – 네 종족
세계에 주민이 살게 되었는데 그 최초의 시대는 죄악이 없는 행복한 시대로 “황금 시대”라고 불렀다. 다음에는 “은의 시대”가 왔고, 이후 “청동 시대”가 왔는데 이 시대는 사람의 기질이 전 시대 보다 훨씬 거칠었다. 가장 무섭고 나쁜 시대는 “철의 시대”로 죄악이 홍수처럼 넘쳐 흘렀다.
제우스는 이런 상태에 크게 노하여 신들을 소집하고 자기는 그 주민들을 다 멸망케하고 새로운 종족을 만들 작정이라고 선언을 한다. 그는 세계를 물바다로 만들어 모든 것을 멸망시켰다. 오직 파르나소스산 만이 물위에 솟아 있었는데 오직 데우칼리온과 그의 아내 퓌라만이 살아남았다. 이들은 정직하고 신들의 충실한 숭배자였다. 그들은 신전으로가 무엇을 해야 좋을지 묻고 신탁의 지시대로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옷을 벗고 돌을 주워 던지자 데우칼리온이 던진 돌은 남자가 되었고, 퓌라가 던진 돌은 여자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종족은 튼튼해서 노동에도 알맞았다.
4. 신화 기원의 네 가지 학설
1) 성서설
모든 신화적 전설은 사실이 위장되고 변형되기는 했으나 모두 성서 이야기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데우칼리온은 노아, 헤라클레스는 삼손, 아리온은 요나의 별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이상하게도 신화의 내용이 성서의 그것과 일치하고 있는 곳이 많음은 사실이나 이런식으로 신화의 대부분을 설명하려고 하면 무리가 따른다.
2) 역사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다 실제 인물이었고, 그들에 관해 이야기되고 있는 신화나 전설은 모두 후세 사람들이 덧붙이거나 장식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3) 우화설
고대인의 모든 신화는 우화적이고 상징적이며 우화의 형식 아래 도덕적, 종교적 혹은 철학적 사실을 포함하고 있었는데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문자 그대로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자기의 아들을 잡아 먹은 사투르누스는 그리스인들이 크로노스(시간)라고 부른 것과 같은 신이므로, 실제로는 자기가 이 세상에 가져온 것은 무엇이든 멸망케하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4) 자연현상설
이 설에 의하면 공기, 불, 물과 같은 원소는 원래 종교적 숭배의 대상이었고 주요한 신들은 모두 이러한 자연의 힘을 의인화한 것이었다. 그리스인은 상상력이 왕성했으므로 모든 자연물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 한 민족의 신화는 어떤 하나의 원천에서 발생했다기 보다는 이 모든 요소들이 결합하여 발생하였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은 견해일 것이다. 또 이해할 수 없는 자연현상을 설명하려는 인간의 욕망에 기인한 신화나 지명이나 인명의 유래를 설명하고 싶은 생각에서 발생한 신화도 적지 않다.
5. 그리스 신화의 특징
신화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미토스”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로고스”와 대립한다. 미토스는 인간사의 비합리적인 모든 것을 그 주위에 끌어 모으는 것으로 성질상 모든 창조적 작용에 있어 예술에 가까운 것이다. 여기에 아마 그리스 신화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있는 것이다. 신화의 모든 정신 분야에 끼여 들어있다. 사상의 보고인 신화는 곧 이성과 신앙의 중간에서 고유의 생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가 된다. 그리스인의 모든 관찰은 그리고 또한 그들의 먼 후계자들의 일체의 고찰은 신화에서 시작되고 있다.
비극시인은 소재를, 서정시인은 이미지를 신화에서 구하고, 철학자도 추론이 그 한계에 부딪혔을 때 알지 못하는 것을 풀어내는 방법으로서 신화의 도움을 구하는 수가 있다. 이러한 신화의 일반화, 그 힘의 해방이야말로 그리스 문화가 인간사에 가져다 준 기본적인 이겨, 어떤 무엇보다도 더 본질적인 기여의 하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스 신화 덕분에 “신성불가침한 것”에 대한 공포감은 없어지고, 정신의 모든 영역에 걸친 고찰의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6. 감상
오늘까지도 흥미 있는 이야기에 의해 즐거움을 맛보고, 또 그 시대의 뛰어난 문학을 이해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문학적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고 난 의견을 간단히 말하면, 세계적인 고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지만 모호하고 때로는 어리석은 신들의 모습에 당혹스럽기만 한다.
하지만 그런 모순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수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의 신화를 모방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시 재현되는 이야기의 흐름과 키워드를 알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책일 것이다.
지적 채움을 느끼길 원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혹 삶의 지침이나 자아 실현을 위한 영적 지침을 얻기 위해서 책을 들었다면 내려 놓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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