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목걸이
십자가 목걸이
김 신정
우리에게 십자가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에게 십자가는 세상에서 가장 의미심장하고 엄숙한 그 뭔가를 나타내는 것임을 거부할 수 없다.
그러나 얼마 전에 이 엄숙하고 의미심장한 십자가가 아주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희롱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마 이런 일은 드문 일도 아니고 우리 주변에 많이 경험되는 일이라서 더 가슴이 아프다.
며칠 전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이다. 내가 서있던 곳 앞에서는 3-40대의 세련된 옷차림의 여성이 앉아있었다. 한 할아버지가 지하철에 올랐는데 충분히 자리를 양보 받아야 할 연령이었고 그렇게 보였다. 그때 그 세련되어 보이는 여성은 애써 그 할아버지를 외면하려고 시선처리를 위해서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세련된 외모의 여성의 목에 아주 세련된 십자가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그 십자가 목걸이는 그 사람이 보여주는 세련된 외모 이상으로 세련되고 아름다웠다. 진짜는 아니겠지만 조그만 다이아들이 십자가를 수놓고 있었고 아주 멋있었다. 그리고 그 십자가는 화려하게 번쩍이고 있었고 그 세련된 외모에 잘 어울렸다.
자리양보를 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는 그 여인에게 걸려 있는 십자가는 외견상으로는 아주 잘 어울리고 아름다웠지만 그 십자가의 의미를 생각하는 순간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엉뚱한 모습이었다.
십자가상에서 나타난 그 사랑, 공의, 희생, 대속, 고난, 그리고 그 비참함과 처절함을 떠올리게될 때, 그 여인에게 걸려 있는 목걸이는 보면서 분노와 희롱, 허망 등의 감정과 단어들이 떠올랐다.
그 여인에게 그 세련된 십자가가 왜 걸려 있는 것일까? 십자가의 의미와는 전혀 관계없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세련된 문양이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목에 걸려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 십자가가 수호신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 고려되어서 일까?
그 여인의 목에 걸려 있는, 그래서 희롱 당하고 우스꽝스러운 십자가를 보면서 그와 비슷하게 많은 사람의 목에 걸려 있는 "기독교"를 본다.
세련됨을 더해주어서, 또는 마음에 평안을 준다는 필요에 따라서, 또는 우리를 지켜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선택되어진 것도 그렇고, 그 안에 담고 있는 의미와 의무들과는 전혀 상관없고, 이상하고 묘하게 변형되어서 그 정체성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모습으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어있는 것 등이 너무나 비슷하다.
우리의 신앙이 우리를 위해서 아름답고 세련되고 멋있게 우리를 치장해주는, 또는 우리의 필요에 따라 사용되어지고 우리의 요구에 따라 모습이 변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더더군다나 우리의 필요에 따라 목에 걸리기도 하고 서랍 안에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은 결코 될 수 없다.
조금 지나친 비교와 논리전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신앙이 우리 삶의 방편이 되고 있는 현실은 명백한 것 같다.
안정을 주기 때문에, 삶을 아름답게 하기 때문에, 우리를 지켜주기 때문에, 등등의 목적과 이유로 우리 목에 걸려있고, 또는 그런 목적으로만 사용되어지는 신앙의 모습, 더구나 신앙의 의미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우리 삶의 모습들과 함께 있는 신앙, 그리고 그 행위들은 그 여인에게 걸려 있는 십자가 이상으로 우스꽝스러움과 희롱과 분노를 자아낸다.
신앙은 더 이상 우리의 생활의 방편이 아니라 목적이어야 한다.
우리 목에 걸려 있는 십자가는 우리를 세련되게 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나 우리를 지켜주기 위한 것으로 우리에게 선택되고 변형되고 치장될 것이 아니다. 우리 목에 걸려 있는 십자가는 예수님께서 걸어 주신 사명이 되어야 하고 우리가 그 십자가의 의미를 위해서 살아가며 그 십자가에 어울리게 우리자신이 변형되고 치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십자가가 목에 걸려 있는 자로서 십자가의 의미에 합당한 삶을 살아서 십자가가 우스꽝스럽게되고 희롱 당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를 성령 안에서 날마다 처서 복종시켜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 예수님처럼 낮고 천한 자리를 자청하고 고난을 감내하며 조롱과 비난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신앙을 삶의 방편으로 삼으려고 하는 세태와 많은 자들과 맞서서 십자가 신앙이 우리의 삶의 목적임 나타내는 삶을 살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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