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기의 하나님 - 정제순/파푸아뉴기니 선교사


신앙 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 기대와 전혀 다르게 전개되는 일들을 만나 당황하게 되고, 속삭해 하며, 하나님만 괜히 원망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지나간 12년이 넘는 선교사역을 돌이켜보면 하나님은 나의 기대와는 다를 수밖에 없고 달라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동쪽 메께오(Mekeo)에 살면서 언어 습득을 시작한지 1년이 갓 넘었을 때, 서쪽 메께오로 일주일에 한 번씩 단어를 수집하러 갔다. 그날도 서쪽 메께오에 거의 다다랐을 때 네 명의 청년들이 다급하게 차를 세웠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중 한 사람이 수제총을 내 목에 들이대고 나머지 사람은 나의 아내와 딸 그리고 언어 조력자에게 정글용 칼을 목에 대고 위협하는 것이 아닌가! 그들에게 차를 빼앗긴 후, 경찰에 알렸다. 1시간 후에 허겁지겁 온 경찰은 죄없는(?) 마을 사람들 앞에서 총으로 마치 '까불면 혼난다'라는 듯이 폼만 재고 사라졌다.


그로부터 약 2시간 30분 후, 고함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우리 차를 몰고 오는 것이 아닌가? 유리창은 다 깨지고, 형편없이 찌그러져 볼상 사나웠지만, 반갑기도 했다.


우리 차를 빼앗은 강도들이 수도로 내려가는 도중에 우리 차를 알아본 다른 무장 강도가 "왜 제순이 차를 빼앗았어?"하면서 총으로 위협하여 다시 빼앗아서 가지고 왔다고 한다.


향후 성경 번역이 이루어지려면 서쪽 메께오에 살면서 그 말로 번역을 해야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서쪽 메께오 사람들은 우리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왜 왔는지를 자동적으로 알게 된 것이다.


나에게 총을 들이댄 "뽀이싸뻬(Poesape)"는 그 당시 경찰이 지명 수배한 유명한 무장 강도였는데, 이 사건이 있은 다음부터 위험한 곳을 조사하러 갈 땐 이 형제를 나의 옆자리에 태우곤 했다.


이 형제와 동행함으로 그 지역 마을 사람들이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는 특권(?)을 누렸다. 이 형제의 변해가는 모습에 경찰도 그를 사면을 해주었고, 지금은 가족과 같이 잘 산다.


그 네 명 중 하나는 7년 후에 회심하고 성경 공부에 나와 선한 청년으로 바뀌었다. 우리집에 들어와 벽에 걸어논 나와 나의 아내의 다정한 사진을 칼로 갈기갈기 찢고, 방의 방충망을 흉측하게 난도질하며, 술마시고 칼부림하며 덤볐지만, 문맹퇴치 재훈련을 받겠다고 한다.


첫 안식년 때 메께오 첫 성경인 마가복음 판 돈을 몇 푼을 떼먹고 도망간 '폴아메(Paul Ame)'는 메께오 신약 성경 완역과 완간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 세 명의 언어 조력자 중의 한 사람이다. 시야가 좁은 우리 눈으로 보면 어려운 일처럼 보이는 것도 주님은 주님의 때에 멋지게 뒤집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지금도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배후에서 일하시는 뒤집기의 하나님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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