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홀로서기

2013. 12. 23. 14:29

아이들의 홀로서기  


약 두 전의 일입니다. 밖에 나갔던 둘째인 승국이가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동네에 걸핏하면 아이들을 때리는 N형이 있는데 그 날도 이유 없이 승국이를 비롯한 아이들의 뺨을 때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던 승국이는 치밀어오르는 분을 이기지 못한 채, 울움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승국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첫째인 승훈이가 방에서 나왔습니다. 자초지종을 듣고 난 승훈이는 자기도 N형에게 맞은 적이 있고, 동네 아이들 치고 그 형에게 맞지 않은 친구는 아무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 승훈이의 얼굴에도 억울하다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그리고 승훈이와 승국이의 눈동자는 아빠인 저의 도움을 애절하게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아빠인 제가 무엇을 해 주기를 원하는지 묻자, 두 아이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N형을 혼내 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인 N형을 혼내 주는 것은 아빠에겐 너무 쉬운 일이야.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해 봤니? 아빠가 늘 너희들이 노는 곁에 함께 있을 수 없잖니? 아빠에게 혼난 N형은 아빠가 보지 않을 때 반드시 너희들을 가만 두지 않을 텐데, 그래도 괜찮겠니?"


두 아이들은 제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깨달았다는 듯, 모두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제가 다시 말했었습니다.


"세상에는 너희들과 다른 사람들이 수없이 많단다. 그러나 너희들은 스스로 그 사람들을 좋은 친구로 만들 수 있어야만 해. 반드시 너희들 스스로 그 일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까닭은, 아빠·엄마는 영원히 너희 곁에 있을 수 없기 때문이야. 이렇게 하면 어떻겠니? 너희들 스스로 재주껏 N형을 우리 집으로 초대해 봐. 아빠·엄마가 근사하게 N형을 환영해줄게!"


며칠이 지난 뒤, 갑자기 제 서재의 인터폰이 다급하게 울렸습니다. 수화기를 들자 두 아이의 흥분한 목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아빠! N형이 우리 집에 왔어요."


내려갔더니 N형은 사내다운, 그러나 사근사근한 소년이었습니다. 그날 우리 부부는 진정 따스한 마음으로 그 아이를 환영해 주었습니다. 지금은 두 아이들이 N형가 친한 사이가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때로 하나님께서 당신을 홀로 두시는 것같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당신을 방치하시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당신이 홀로서기를 원하시는 까닭입니다.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성숙이요, 가나안 땅에 입성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더 이상 만나와 메추라기가 내리지 아니한 까닭이기도 합니다.


"그 땅 소산을 먹은 다음 날에 만나가 그쳤으니 이스라엘 사람들이 다시는 만나를 얻지 못하였고 그 해에 가나안 땅의 열매를 먹었더라"(수 5:12).


아이에게 배우는 아빠 중에서/홍성사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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