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라는 단어가 없는 우리의 구약성경

그것은 이것입니다 - 정장복

 

우리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립니다. 주일낮예배, 주일저녁예배, 수요예배, 새벽예배, 철야예배, 구역예배, 그리고 특별한 행사와 연관된 찬양예배 등 일주일에도 10번이 넘는 예배가 드려지고 있고, 기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예배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으면서, 우리는 현재 한국교회가 공인한 개역 성경을 읽으면서 예배라는 말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구약성경에서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을뿐더러, 신약성경에서만 14번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개역 성경의 번역상 안고 있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특히 한문 세대가 사용하던 단어들을 한글세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어휘들이 많이 있습니다. 

 

구약성경에서 "예배"로 번역해야 할 어휘들은 대표적으로 "샤하”, ”아바드", ”자바”등입니다. 이러한 단어가 우리말로 번역될 때는 '경배하다', ’ 섬기다’, '절하다’로 옮겨졌습니다. 막상 "예배"라고 번역되어야 할 단어들인데 "예배"라는 단어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있는 기이한 현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약에서는 '래이투르기아’, '프로스쿠네오', ’세보마이’와 같은 예배를 의미한 단어들이 그로 번역되어 14회에 걸쳐 "예배"라는 단어로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오류는 참으로 중요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디. 예배라는 말이 우리말로 '경배하다', '섬기다'등으로 번역되는 것은 하나님을 향한 행위의 자세와 마음가짐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구약에서의 예배라는 말은 하나님의 법규에 따라 예배하는 예식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전혀 예배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그러나 신약에서는 구약의 법규에 따른 예전적 예배가 아닌 경우에도 충실히 "예배"로 번역했습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과들입니다.

 

이 사연에 대한 대답을 찾을 길이 없습니다. 무슨 사연이 번역의 과정에서 발생되었는지 아무런 기록도 남겨지지 않았습
니다. 이때마다 성경 번역위원들이 번역의 원칙과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하어 후대들이 우리말 성경을 연구하려고 할 때 내놓을 수 있는 자료를 정리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갖습니다.

 

공동번역의 경우를 볼 것 같으면, 이 성경은 1968년 신구교 학자들이 ”독자들이 원문을 읽는 사람과 같은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번역을 시작하여 10년 만인 1977년에 출판된 바 있습니다. 이 성경에는 "예배"라는 단어를 성실히 번역하였습니다. 이 성경은 "예배”라는 단어를 구약에서는 135회, 신약에서는 36회에 걸쳐 사용하고 있습니다. 개역 성경과는 너무나 대조적임을 알게 됩니다. 영어권에서 오랜 역사와 권위를 가지고 있는 KLV성경에서는 구약에서 115회, 신약에서는 75회에 걸쳐 ”예배”(Wors hip)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손들고 찬양하는 모습
손들고 찬양하는 모습 @ Pixabay 로부터 입수된 J F 님의 이미지

 

이상과 같은 번역본들과 우리의 개역 성경을 비교할 때 "예배"에 대한 거리가 너무 동떨어져 있음을 보게 됩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집회만 있고 예전이 담긴 예배가 없다는 평가를 세계교회로부터 듣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의 예전적 예배에 대한 이해와 관심의 결여와 교육의 부재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개역성경에 나타난 번역 문제가 그 원인제공을 하는데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실로 마음이 아프게 합니다. 현재 대한성서공회는 개역 개정판에 구약에 30회가량 예배라는 단어를 긴급히 수정 번역하여 출판했습니다.


예배를 의미한 단어는 모두 "예배"로 번역하며 예배의 정신과 실상을 성경에서 분명하게 읽도록해 주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예배”라는 단어 이외 번역 상 문제를 안고 있는 다른 단어들도 우리가 잘 이해하고 알아들을 수 있도록 원어에 가깝게 번역해야 할 것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인식방법과 가치관이 변함에 따른 '그때', '거기서', '그들에게', '그와 같은' 의미를 가졌던 말씀이 현재 오늘, 여기서, 우리에게, 이와 같은 의미를 가지는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역사하도록 말입니다. 이러한 것은 성경원어를 공부하고 해석하는 학자들과 현장의 목회자 그리고 평신도들이 함께 연합해야 할 일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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