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명규의 인내경
국내도서
저자 : 허명규 / 이성희역
출판 : 파라북스 200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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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수리 경험이 풍부하고 기술도 최고인 한 늙은 열쇠수리공이 있었다. 주위 사람들은 그의 신기를 전수시키기 위해서 그를 도와 제자 감을 물색했다. 최종적으로 두 젊은이를 뽑아 열쇠수리공이 평생 익힌 기술을 전수할 전수자로 물망에 올렸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두 젊은이는 열쇠수리공에게서 많은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두 사람 중 오직 한 사람만이 전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진정한 전수자를 선정하기 위해 열쇠수리공은 그들을 시험해보았다.

그는 두 개의 금고를 준비하여 방 두 개에 하나씩 놓고는 금고의 자물쇠를 열도록 했다. 시험이 시작되자 큰 제자는 10분도 안 되어 금고를 연 반면, 작은 제자는 반시간이나 걸려서 금고를 열었다. 사람들은 모두 큰 제자가 승리했다고 여겼다.

그러나 늙은 열쇠공은 큰 제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금고 안에는 무엇이 있었느냐?"

큰 제자가 두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선생님, 그 안에는 돈이 아주 많았습니다. 만 원짜리 지폐 다발이 잔뜩 들어 있었습니다."

곧 이어 작은 제자에게도 똑같이 물어보자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는 그 안은 보지 못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제게 금고만 열라고 하셔서 저는 자물쇠만 열었습니다."

늙은 열쇠공은 매우 기뻐하며 작은 제자를 자신의 기술 전수자로 선포했다. 큰 제자는 이를 인정할 수 없었고 많은 사람들도 늙은 열쇠공의 결정이 이해되지 않았다. 열쇠공은 가만히 미소를 띠며 그들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사람은 무슨 일을 하든 반드시 '신용'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이런 직업은 좀더 높은 수준의 직업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열쇠공으로서 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마음속에 열어야 할 자물쇠만 있을 뿐, 다른 아무것도 없어야 합니다. 돈이나 재물도 보지 못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에 사념이 생겨, 함부로 기술을 남용할 수 있습니다. 즉 아무 집에나 들어가 대문을 따고 금고를 열고 사람까지 해치게 됩니다."

- 허명규의 '인내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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