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공룡과 친구였죠.


사실 사람과 공룡은 친구였죠.

그것도 아주 아주 가까운...


그 중에서


아빠는 파라사우롤로푸스를 가장 좋아했습니다.

파라사우롤로푸스


회사까지는 언제나 파라사우롤로푸스가 도와줬죠.

물론 야근하고 몸이 뻐근한 날이면

안킬로사우루스 등에 누워서 안마를 받는 것을 좋아했죠.

안킬로사우루스

저도 한번 도전을 했는데 간지러워서 혼났어요.


엄마의

설거지는 스테고사우루스 등에 올리면서 마무리가 되죠.

스테고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는 훌륭한 조력자입니다.

트리케라톱스

빨래를 밖에다 널때면 항상 옆에서 커다란 뿔로 도와주죠.

게다가 엄마는 그 뿔 위에 앉아 저녁노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하죠.

사실 커피는 맛이 없어요. 그런데 왜 그렇게 어른들은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삼촌은

프테라노돈을 좋아해요.

프테라노돈

이유는 단순해요. 신나게 하늘을 날 수 있기 때문이죠.

한번 타봤는데... 다시는 타고 싶지 않더라고요. 무서워서 혼났죠.


저는

원래 티라노사우루스를 좋아해요.

티라노사우루스

단 양치질을 하고 왔을 때는 말이죠.

사실 입냄새가 좀 심하죠. 하지만 정말 멋진 친구랍니다.


아 그리고 브라키오사우루스도 저의 가장 좋은 친구죠.

브라키오사우루스

심심하지 않도록 미끄럼도 만들어 주고,

비가 오는 날에는 어김없이 브라키오사우루스 밑이 최고랍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 공룡들과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했죠.

텔레비젼이 생기면서 서로 시끈둥해졌죠.

함께 놀 시간이 줄어들면서

서로 이해하는 법도 잊어 버렸죠.

함께 한 시간이 적어지니까 함께 하면 이젠 낯설게 느껴졌죠.

뿐만 아니라 텔레비젼에서 이상한 단어들도 배우기 시작했죠.


"바보"

전 무슨 뜻인지 잘 몰랐지만

왠지 들으면 기분이 나빠졌죠.

아이스크림을 바닥에 흘린 것과는 천지차이였어요.

일종의 어두운 방에서 끈적한 뭔가를 만졌을 때의 기분 나뿜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텔레비젼을 보면서 

상대방에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되어버렸죠.


그러고 보니 공룡들은 정말 바보였어요.

몸만 커다랗고 숨소리만 컸지 뭐를 제대로 하는 것이 없어 보였으니까요.


드디어 어느 날....

우리는 폭발했어요.

이 "바보"들...


아마 공룡들에게 그 느낌을 제대로 전달 된 것 같았어요.

왜냐하면 다음 날 공룡들이 마을을 떠나 버렸으니까요.


공룡이 사라지면서 마을은 점점 이상해 지기 시작했어요.

먼저는 높은 빌딩을 세울 수가 없었어요.

더 이상 브라키오사우루스가 도와 주지 않으니까요.


커다란 나무도 자를 수가 없었죠.

티라노사우루스의 날카로운 이빨은 사람들에게 없으니까요.


아빠들은 아침마다 바빴어요.

회사까지는 너무 멀었기 때문에 아예 회사에서 지내는 아빠들도 생겼죠.

소풍은 꿈에서나 갈 수 있었죠.


저녁 노을 보면서 커피 마시는 여유는 허영심이 되고 말았어요.

텔레비젼을 보면서 잔뜩 쌓인 집안 일은 엄마의 몫이었죠.


삼촌이요.

삼촌은 텔레비젼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어요.

아직도 공룡이 사라진지도 모르고 있으니까요.


마을 회의를 통해서 

텔레비젼을 마을에서 몰아내고

공룡들에게 깊은 사과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로 했죠.


하지만 

탐사대원들은 살아있는 공룡이 아닌

뼈만을 찾아 왔습니다.


뼈들이 발견될 때 마다 깊은 한숨과 눈물이 쏟아졌죠.

무책임한 말 한 마디가 이렇게 큰 슬픔을 가져올지 누가 알았겠어요.


그 옛날 함께 했던 시절이 그리워 오늘도 탐사대원은 출발합니다.

부디 어딘가에 잘 살고 있길... 

그리고 사과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어

돌아오길 기대하면서 외쳐 봅니다. 

"미안해 공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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