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심취해 있던 나에게

아내는 다가와서 물어온다.


"당신은 전에 결혼 할 생각 있었어?"

"아니..."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스럽기만 하다.


연속되는 아내의 질문...

"그럼... 왜 당신은 나랑 결혼했어?"

"네가 하자고 했잖어..."


남자의 뇌는 단순하다...

영화를 놓치기 싫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영화보는 동안은 쉬고 싶은 뇌의 파업으로 정지상태에 있는지...

별 대수롭지 않게 질문을 듣고 대답한다.


결혼, 어쩌면 평생에 가장 중요한 선택이고,

그 선택에 대한 의문(?)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할 물음인데 말이다.


신혼여행을 제주도에 갔다.

복잡한 것들은 바다 넘어 육지에 남겨두고 바다 넘어 섬으로 왔다.

하지만 심술궂은 날씨는... 우리를 편하게 놔두지 않았다.

제주도의 길마져 오르락~. 꼬불락~ 거리면서 요동치고 있었다.

참으로 심란하기만 했다.

'이게 뭐람. 좋던 날씨가 갑자기 왠 변덕이람.'

해안도로고 뭐고 이런 날씨 속에선 멀미만 일으키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 불편한 그 꾸불 거리는 길을 통과하는 우리 앞에...

아름다운 무지개가 펼쳐져 있었다.

그렇게 무지개는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얼마나 아름답고 평온한 느낌이 들었는지...


내가 결혼 한 이유?

흐리고 복잡하고 꼬불닥 거리는 내 인생의 길에서 무지개를 발견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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