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이 말하는 참된 선장이란?


소크라테스: 그런 것 이제 그만해 두게. 그보다도 자네에게 질문하는 편이 좋을 것 같네. 자네가 말하는 엄밀한 의미의 의사란 병을 고치는 자인가 아니면 돈을 버는 자인가? 나는 지금 참된 의사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네.


트라시마코스: 병을 고치는 자요.


소크라테스: 배를 저어 가는 선장의 경우를 생각해 보게. 참된 선장은 선원들의 우두머리인가 아니면 한 선원에 불과한가?


트라시마코스: 선원들의 우두머리요.


소크라테스: 선장에게는 배를 타고 항해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일이 아니네. 그것은 그가 단순한 뱃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네. 선장이란 단순히 배를 타는 데 그 임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선원들을 인도하는 데 임무가 있다는 말이지.


트라시마코스: 그렇소.


.......(줄임).......


소크라테스: 의사도 그가 의사인 한, 처방 속에 자기 자신의 이득을 생각하지 않고 병자의 이득을 생각하네. 왜냐하면 진정한 의사란 육체를 백성으로 간주하는 통치자이며, 단지 돈벌이를 일삼는 자가 아니기 때문이네. 이해할 수 있겠나?


트라시마코스: 그렇소.


소크라테스: 선장도 엄밀한 의미에서 뱃사람들을 지배하는 자이고 단순한 뱃사람은 아니겠지?


트라시마코스: 그렇소.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그런 의미에서의 선장이나 통치자란 그 자신의 이득이 되는 일을 생각하고 명령하는 일은 없지 않겠나. 다시 말해서 그가 생각하고 명령하는 것이란 선원으로서, 지배를 받고 있는 자들의 이득이 되는 일이 아니겠나.


트라시마코스: (마지 못해) 그렇소.


소크라테스: 또 이런 말은 어떻게 생각하나. 즉 대체로 어떤 지배자도 그가 적어도 지배자인 한 결코 자신의 이득을 앞세우고 그것을 위해 명령하는 일은 없을 걸세. 즉 그는 피지배자들의 이득을 생각하고 그것을 명령할 걸세. 결국 지배자란 자기의 언행이나 또는 눈이 피지배자의 이득을 위해 있는 걸세.


- [플라톤의 국가론], 플라톤, 최현역, 집문당. 1989. p. 37-40. 



세월호의 비극은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지배자가 되면 피지배자에 대한 배려와 이해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이득을 더 챙기기 위한 도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2차 대전 당시 있었던 인간 경멸의 한 표본이 되는 아우슈비츠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것이다. 다만 전기가 흐르는 철제 울타리와 시체 소각장이 없을 뿐이다. 하지만 아직도 감정이 사라진 코만도가 존재하여 쓰러진 시체를 끌어다 소각한다. 양심의 가책은 전혀 없다. 오히려 이득이 될 물건을 찾아 시체를 뒤지고 또 뒤진다. 더 이상 아무것도 찾을 수 없을 땐, 공기를 데우기 위해 소각하며 감사할 뿐이다.


오래 전 보았던 갱스 오브 뉴욕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당시에도 인상 깊었던 장면이었다. 갱들이 싸움하기 위해 같은 신에게 기도한다. 그러나 철저히 기도는 자신에게 유리한 기도문을 읊조린다.


더 이상 우리 사회는 남을 돌아보지 않는다. 오히려 지배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 선 것에 신에게 감사할 뿐이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선택된 자신은 마치 다른 사람을 밟아도 되는 권력을 얻은 것처럼 짓밟는다.


나를 돌봐줘야 할 사람들이 나를 밟는다. 그런 배신과 억압이 결국 아무도 믿지 못하고 의지 할 수 없는 세상으로 만들었다. 결국 이 사회는 침몰해 가는 배에서 좀 더 살아보겠다고 약한 자를 밟고 서 있는 너무도 이기적인 모습이랄까?


플라톤의 참된 지배자의 됨됨이가 그리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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