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결정론에 대한 비판


여기서 J 박사의 얘기를 해보겠다. 이 자리에서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데 그는 내가 일생 동안 만나본 사람 중에서 가장 메피스토펠레스 같은 사람, 즉 가장 악마적인 사람이었다. 당시 그는 ‘스타인호프의 도살자’1)라고 불렀다. 나치가 안락사 프로그램을 시작했을 때, 그는 모든 권한을 손에 쥐고,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혈안이 되어서 단 한 명의 정신병자도 가스실에서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전쟁이 끝나고 빈에 있는 병원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J 박사가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러시아 군인들에게 잡혀 가서 스타인호프의 독방에 갇혔습니다.”

사람들이 말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보니 감방 문이 열려 있고, 그 후 아무도 J 박사를 보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나는 그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남미로 도망갔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최근에 당시 오랫동안 철의 장막에서 옥살이를 했던 전직 오스트리아 외교관 한 사람을 상담하게 되었다. 처음에 그는 시베리아에 있는 감옥에 있었고, 그 후 악명 높기로 유명한 모스크바의 루비앙카 감옥에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심리검사를 하는 도중에 그가 불쑥 J 박사를 아느냐고 물었다. 내가 안다고 하자 가가 말을 이었다.


“루비앙카 감옥에서 그를 알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방광암으로 마흔 살 때쯤에 죽었지요. 하지만 죽기 전에 그는 선생님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위안을 주었지요. 그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적 차원에 도달해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감옥에 그렇게 오래 있는 동안 내가 사귄 친구 중에서 가장 좋은 친구였습니다.”


이것이 ‘스타인호프의 도살자’인 J 박사의 이야기였다.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감히 인간 행동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겠는가? 기계나 자동장치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예측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인간의 정신2)의 메커니즘이나 역동성에 대해 예측하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정신을 넘어선 존재이다.


그렇다고 자유가 결론은 아니다. 자유는 이야기의 부분이고, 절반의 진실에 지나지 않는다. 책임이라는 적극적인 측면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극적인 측면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책임이 전제되지 않는 자유는 방종으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내가 동부 해안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에 보완이 되도록 서부 해안에 책임의 여신상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죽음의 수용소에서]


1) 스타인호프는 빈에 있는 큰 정신병원을 말한다.

2) Psyche ; 개인을 움직이는 원동력으로서의 정신적, 심리적 구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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