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

 

만국기 날리고 [새나라의 어린이]가 들리는 운동장. 저 구퉁이에선 무명실에 삶은 밤을 꿰어 팝니다. 활동사진 필름을 말아 만든 날라리 피리, 그 끝엔 색색이 물들인 닭털이 바람에 떨리고 있습니다.

 

오재미가 까맣게 하늘로 날아올라 청군, 백군의 박을 사정없이 때리고 결국 꽃가루와 󰡔농자천하지대본󰡕을 쏟아 내고 말았습니다.

 

이제 막 달리기가 시작된 모양입니다. 일 학년 동생들이 눈을 꼭 감고 달리고 있습니다. 그 주위에서 아이와 함께 팔을 풍차처럼 돌리며 아버지의 사랑이 함께 달리고 있습니다. 모두들 흐뭇한 모습으로 박수를 칩니다. 북소리의 간격은 점점 좁아만 갑니다.

만국기 이미지
운동회 만국기(Image by keizi5050 from Pixabay)

팔뚝에 [일등]이라는 도장은 못 받아도 아버지는 아들을 업고 신이 나서 또 뜁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얼굴엔 가을 하늘 보다 맑고 밝은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그렇습니다.

 

그분도 그렇게 뛰고 계십니다. 멀찍이 앉아 박수를 치는 점잖은 학부형이 결코 아닙니다. 오늘도 󰡔훈아, 훈아󰡕하시며 옆에서 [함께] 뛰고 계십니다.

 

힐끗 고개를 돌려 그분을 보세요.

그리고 힘내세요.

 

내가 여호와를 항상 내 앞에 모심이여 그가 내 우편에 계시므로 내가 요동치 아니하리로다 시편 16: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