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단들이 계속 유지되는 이유



설득의 심리학
국내도서
저자 :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B. Cialdini) / 황혜숙역
출판 : 21세기북스(북이십일) 201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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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왕국이라는,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주장되고 있는 종교운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어떤 특정한 날에 이 세상에 심판의 날이 닥쳐 그 종교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는 신도들만을 구원해 준다는 예언을 바탕으로 한 수많은 종교집단이 지금까지 존재해 왔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심판의 날은 지구의 대재난과 함께 시작된다고 하였으나 그들이 예언이 맞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예언이 실패로 돌아간 직후에 그들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보여준 행동은 매우 이해하기 힘든 경향을 보인다. 그것은 그러한 사이비 종교의 신자들이 그날에 대한 환상을 버리는 대신 오히려 그 종교에 대한 확신을 더욱 굳건하게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들 종교의 예언이 분명히 실패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세인의 조롱을 무릅쓰고 거리로 뛰쳐 나가 이전보다 더욱 확신에 찬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그들의 종교를 전파하고 열심으로 개종을 권유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2세기 터키의 몬타니스트(Montanists), 16세기 네덜란드의 아나뱁티스트(Anabaptists), 17세기 이즈미르(Izmir)의 사바타이스트(Sabbataists), 19세기 미국의 밀레라이트(Millerites)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리하여 시카고에서도 종말주의자의 종교집단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당시 미네소타 대학에 함께 근무하고 있었던 세명의 심리학자들의(페스틴저 Festinger, 리에켄 Riecken, 새슈터 Schachater)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마침내 이들은 신분을 숨긴 채 이들 종교집단에 침투하는 데 성공하였고 재난의 날을 전후하여 신도들이 어떻게 행동했는가를 직접적으로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Festinger, Riecken, & Schachater, 1956).

 

......

 

암스트롱 박사는 대학의 보건소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오래 전부터 신비주의, 비학, 그리고 비행접시 등에 많은 관심을 가져 이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한편, 키이츠 부인은 이 종교집단의 실질적인 핵심인물이었는데 그녀는 그 해가 시작되면서 갑자기 수호신(Guardians)’이라는 이름의 외계외계인부터 영적 메시지를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수호신은 키이츠 부인의 손을 자동으로 움직이게 하여 그들의 메시지를 받아 적게 하였다는데, 이 메시지는 초기 기독교의 사상과 매우 흡사한 것으로서 이들 집단의 종교적 체계를 형성하는 뼈대가 되었다.

 

……

 

페스틴저, 리에켄, 그리고 새슈터의 관찰에 의하면 대홍수가 예언된 날이 다가오기 몇주 전에 보여준 신도들의 행동은 두 가지 매우 중요한 특징으로 요약되었다.

 

첫 번째 특징은 신도들이 종교집단의 가르침에 매우 충실하게 따랐다는 점이다. 신도들은 지구의 멸망을 예견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행동들을 취해 나갔다. 그들의 가족이나 친구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들의 신앙을 굳건히 지켰다. 이들은 가족들로부터 연을 끊겠다는 위협을 받았으며 심지어는 법에 의해 금치산자로 선고하겠다는 위협까지 받았으나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암스트롱 박사의 누이동생은 박사의 양육권을 박탈하기 위해 법에 호소하기도 하였다. 신도들의 대부분은 직업도 내팽개쳐 버렸다. 앞으로 쓸모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자신의 소유물을 모두 남에게 주어버린 신도도 있었다. 지구의 종말에 대한 그들의 확신은 너무도 분명해서 그들은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법적 압력을 이겨내었으며, 그들에 대한 압력이 커질수록 반대급부로 그들의 믿음을 더욱 키워 나갔다.

 

대홍수가 닥치기 직전 이들 신도들이 보여준 두 번째 특징은 그들이 이상할 정도로 사회에 대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그들의 믿음에 대하여 그토록 확신에 차 있었으면서도 대홍수의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데는 매우 소극적이었다. 비록 그들의 초창기에 대홍수의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는 하였으나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그들 종교에 끌어들이거나 개종시키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단지 세상에 한차례 경고를 하였고 그 경고에 따라서 자발적으로 그 종교에 가입한 사람들만을 환영하였을 뿐 그 이상의 어떠한 노력도 보여주지 않았다.

 

…….

 

우주선에 의해 구출되어 지구를 떠나기로 예정된 시간이 점점 다가오면서 신도들은 조용한 정적 속에서 그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중요한 순간의 신도들의 행동을 세 사람의 심리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신도들은 응접실에서 예정된 구원까지의 마지막 10분을 긴장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그들의 코트를 무릎 위에 올려 놓은 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두 개의 벽시계만이 째각째각 초침을 움직이고 있었다.

두 시계 중에서 다른 시계보다 10분 정도 빠른 시간을 가르키고 있었던 시계가 마침내 자정을 넘기고 125분을 가리키자 신도 중의 한 사람이 자정이 넘었다고 소리쳤다. 그러나 그의 소리는 아직 자정이 되지 않았다는 다른 신도의 외침에 의해 금방 파묻히고 말았다. 이스트만이라는 사람은 자신이 오후에 시간을 맞추어 놓았기 때문에 두 시계 중에 늦게 가는 시계가 맞다고 확인해 주었다. 그 시계는 이제 자정까지 4분을 남겨두고 있었다.

자정이 되기까지의 4분 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오직 키이츠 부인만이 자정이 되기 1분 전에 긴장된 날카로운 목소리로 계획이 잘못 되었을 리가 없어!’라고 외쳤을 뿐이었다. 마침내 벽시계는 자정을 알리고 있었고 모두들 얼어붙은 듯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자정이 지났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예정된 대홍수는 이제 7시간도 채 남지 않았지만 그들은 구원하기 위해 오기로 했던 우주선은 아직 도착하지 않고 있었다. 신도들은 포스트라는 이름의 한 남자를 제외하고는 부동자세로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포스트는 침대로 가서 누워 눈을 감았는데 자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신도들은 큰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점차 그들을 에워싸기 시작하였다. 암스트롱 박사와 키이츠 부인은 그들이 받은 메시지를 몇 번이고 반복하여 확인하고 있었다. 다른 신도들도 안절부절하면서 그들이 지금 당면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지를 심사숙고하고 있었다. 새벽 4시가 다가올 무렵, 마침내 키이츠 부인이 고통스런 울음을 터뜨렸다. 다른 신도들도 거의 울음을 터뜨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제 시계는 새벽 430분을 가리키고 있었으나, 예정된 구원의 실패를 설명해주는 어떠한 단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신도들은 점점 공개적으로 구원의 실패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이 종교 집단의 최후가 거의 눈앞에 있는 듯 보였다(Festinger et al., 1956).

 

……

 

445분경에 키이츠 부인의 손이 갑자기 허공을 헤집으면서 하늘로부터의 신성한 메시지를 받아쓰는 것이었다. 키이츠 부인의 손에 의해 신도들에게 전달된 메시지는 하루종일 신심으로 기다린 신도들의 신앙에 신이 감동하여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마음을 바꾸었다.’는 것이었다. 이 메시지로 그날 밤 예정된 우주선이 도착하지 않은 이유가 충분하게 설명되었다.

 

……

 

키이츠 부인으로부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들은 신도들은 갑자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첫 번째 메시지를 전해 받은 지 불과 몇 분 후에 키이츠 부인은 신이 이 세상을 대홍수로 멸망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세상에 널리 알리라는 내용의 두 번째 메시지를 전달 받았다. 그녀는 전화기를 집어들더니 신문사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전화신호가 우리는 동안 한 신도가 물었다. ‘키이츠 부인, 부인이 신문사에 연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요?’ 그녀는 즉시 대답했다. ‘그래요, 이번이 처음이랍니다. 이전에는 그들에게 알릴 것이 별로 없었지만, 이제는 달라요. 구원의 사실을 빨리 세상에 알려야 해요.’

그러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다른 신도들도 열심히 전화를 돌려 대었다. 신문사, 통신사, 라디오 방송국, 잡지사 등등 이용 가능한 모든 매체를 사용하여 그들은 대홍수가 발생하지 않은 진정한 이유를 세상에 알리려 노력하였다. 대중매체를 회피했던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들은 적극적으로 홍보에 열중하고 있었다(Festinger et al., 1956).

 

……

 

그들의 변화는 대홍수의 예언이 실패라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져 가던 그날 새벽에 시작되었다. 묘하게도 신도들을 전도에 열중하게 만든 것은 이전의 대홍수에 대한 분명한 확신 때문이 아니라,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

 

그들 신도들은 신앙을 지키기 위하여 너무도 많은 것들을 희생하였기 때문에 이제와서 그들의 신앙을 버릴 수 없었다. 그런 그들에게 수치심, 경제적 손실, 그리고 세상 사람들로부터의 조롱 등은 도저히 용납되지 않았다.

 

……

 

예언대로 이루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은 너무도 뚜렷하였다. 그들은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들을 건져줄 새로운 증거를 필요로 했다. 물적 증거는 이미 그들 편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은 바로 사회적 증거였다.

……

 

그들이 세상 사람들의 냉대와 조롱의 위험을 무릎쓰고 전도에 나선 것은 새로운 신도를 그들 종교집단에 가입시키는 것만이 그들의 신앙을 유지시킬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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