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을 만난 구두수선공 - 톨스토이의 성탄절 예화
예수님을 만난 구두수선공 - 톨스토이의 성탄절 이야기
러시아의 어떤 마을에 마틴이라는 한 젊은 구두수선공이 살았습니다.
마틴은 구두 깁는 기술이 뛰어날 뿐 아니라 매우 성실하여 단골손님들이많았습니다.
게다가 그는 신앙심도 깊었습니다.
그는 하루를 기도로 시작했으며 기도로 마무리했습니다.
그 날도 마틴은 하루 종일 주문 받은 신발들을 정성껏 수선했습니다.
어느덧 날이 저물어 가게 문을 닫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내린 눈으로 바깥세상은 온통 흰색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지붕도 나무도 모두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온통 하얀 거리는 이틀 뒤로 다가온 성탄절의 분위기를 한층 돋우었습니다.
다가오는 성탄절과 연말연시 때문인지 거리의 분위기가 다른 때와는 달랐습니다.
마틴은 가게 창문 밖으로 보이는 거리의 풍경을 한참 동안 말없이 바라보았습니다.
화려하게 장식된 상점들이 가득 찬 거리사이로 교회의 십자가가 보였습니다.
내일 모레면 예수님이 탄생하신 날이라고 생각하니
마틴의 마음에도 작은 설레임이 일었습니다
매년 돌아오는 성탄절이지만
그 날 만큼은 변함 없는 기쁨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창가에서 눈을 돌린 마틴은 가게 안을 정리하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녁을 먹은 그는 언제나 그렇듯이 성경책을 폈습니다.
마침 아기 예수가 탄생하는 사건이 기록되어 있는 부분을 읽게 되었습니다.
높은 하늘의 모든 영광을 버리고 낮고 낮은 이 땅 위에 내려오신
예수님의 사랑에 다시한번 감사를 드렸습니다.
마틴은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어디선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마틴은 놀라 주위를 살폈습니다.
그러나 방 안에는 자기 혼자밖에 없었습니다.
혹시 밖에 누가 왔나 해서 문을 열어 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틴은 자기가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고 다시 기도를 드리려고
두 눈을 감았습니다.
그런데 아까와 같은 목소리가 또 들려왔습니다.
눈을 뜨고 다시 방 안을 살폈으나 자기 외에 아무도 없는 게 확실했습니다.
바깥을 다시 확인하려고 막 문을 열려고 하던 순간이었습니다.
"마틴, 내가 누구인 줄 모르겠니?" 마틴을 향해 질문하는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는 놀라서 물었습니다.
"누, 누구세요?"
"내가 바로 예수란다."
"뭐라구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말소리만 들렸습니다.
"마틴. 나는 너를 무척 사랑하는 예수란다. 내일 내가 네 가게를 들를 테니 잊지 말고 나를 기다리거라."
마틴은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예수님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다니 정말 꿈만 같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목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마틴은 어제의 그 목소리가 맨 처음 떠올랐습니다.
마틴은 자기가 꿈을 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이 바로 크리스마스 이브였지만
마틴은 변함없이 아침 일찍 가게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의 그 목소리가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생각했습니다.
'그래, 정말 예수님이 찾아 오실지도 몰라. 과연 언제 오실까?'
이렇게 생각한 마틴은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
지저분한 가게 안을 될 수 있는 대로 깨끗이 청소했습니다.
예수님이 언제 갑자기 들이닥치실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리고는 언제나처럼 의자에 앉아 구두들 수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마틴의 모습은 어제와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언제 찾아오실지 모르는
예수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의 두 귀도 온통 가게 문 쪽으로 쏠려 있었습니다.
조금 후 몇 사람의 손님이 다녀갔습니다.
그들은 마틴이 수선해 놓은 구두를 보고 흡족해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마틴은 칭찬을 들어도 그렇게 즐겁지가 않았습니다.
무척이나 긴장해 있었던 것입니다.
아침나절이 다 지나가는데도 예수님은 나타나실 기미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그럼 그렇지. 내가 꿈결에 헛소리를 들은 게 틀림없어."
그때였습니다.
쓱싹쓱싹 하고 밖에서 비질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군가 거리 위에 쌓인 눈을 쓸고 있었습니다.
거리로 난 창으로 내다보니 스데반 할아버지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청소부 일을 하고 있는데
사실 청소부 일을 하기에는 너무 늙었고 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워 그 일을 그만 둘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마틴은 힘겹게 눈 덮인 거리를 쓸고 있는 스데반 할아버지를 발견하자
오늘따라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문을 열고 나가 스데반 할아버지를 가게 안으로 모셔 왔습니다.
"할아버지, 추운데 고생이 많으시네요. 힘드시죠? 잠깐 여기서 따뜻한 차를 드시면서 좀 쉬었다 하세요."
마틴은 따뜻한 차를 따라 스데반 할아버지 앞으로 내밀면서 말했습니다.
그러자 스데반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아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마틴, 정말 고맙네, 청소부 일을 시작한 후 이런 친절은 받아본 적이 없네 그려."
스데반 할아버지는 진정으로 고마운지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습니다.
할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본 마틴의 마음도 흐뭇했습니다.
차를 다 마신 스데반 할아버지는 몇 번이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돌아갔습니다.
스데반 할아버지의 비질 소리가 멀어져 안 들리게 되었을 때쯤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조그맣게 들렸습니다.
그리고는 곧 이어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저 아무도 안 계세요?"
마틴은 일하던 손을 멈추고 가게문을 열었습니다.
문 밖에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외투를 걸친 한 젊은 여인이 갓난아기를
업은 채 추위에 떨며 서 있었습니다.
그 여인의 입술은 추위로 인해 파랗게 질려 있었습니다.
마틴은 그 여인이 가게 손님이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무슨 일로 찾아오셨는지는 모르지만 우선 불 좀 쬐고 말씀하세요."
"그래도 될까요? 정말 고맙습니다."
그 여인은 정말 추웠는지 마틴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난로 옆으로 가서 불을 쬐었습니다.
아기의 몸도 따뜻하게 녹여 주었습니다.
마틴은 따뜻한 차를 따라 주었습니다.
조금 후, 그 여인이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이 아니셨다면 저와 아기가 얼어 죽을 뻔했어요. 여러 집 문을 두드렸는데 선뜻 문을 열어 주는 데가 없더군요. 지금 저는 이 아기를 맡기러 친척집에 가는 길이었어요. 그런데 가진 돈도 없는데 길이 너무 멀어 몇 시간을 걷다 보니 너무 춥고 배가 고파서"
여기까지 말한 여인은
자기 신세가 너무 처량한지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마틴은 그 여인의 형편이 너무나 딱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는 여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런, 너무 힘드셨겠어요. 여기서 안심하고 쉬세요. 그리고 빵과 수프를 제가 가져올테니 맘껏 드세요."
"정말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여인의 눈에는 어느새 이슬방울이 맺혔습니다.
그동안의 고생이 짐작되었습니다.
몸을 녹이고 배부르게 음식을 먹은 여인은
수없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떠나려 하였습니다.
"저, 이거 얼마 안 되지만 아기 우유 값이라도 하세요."
마틴은 쑥스러운 듯 지페 몇 장을 그 여인의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자꾸 안 받겠다던 여인도
마틴의 끈질긴 요청과 성의에 고마워하며 그 돈을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강제로 입혀 주는 두툼한 외투를 입고서야 그곳을 빠져 나올 수 있었습니다.
웃는 얼굴로 돌아가는 여인의 모습을 보며 마틴의 마음도 즐거웠습니다.
남을 도와주는 일이 이렇게 큰 행복을 가져다 주는지 이전에는 전혀 몰랐습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되다는 예수님 말씀을 이제야 알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마틴의 마음 한켠에는 오늘 오신다고 약속하신 예수님께서 아무리
기다려도 오시지 않는 것이 못내 서운했습니다.
'도대체 예수님은 오시는 거야, 안 오시는 거야?'
창밖을 바라보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거리도 사람도 온통 크리스마스이브 분위기로 들떠 있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마틴만이 약간 허탈한 마음으로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서서히 가게 안을 정리하려고 일어설 때였습니다.
또 한 번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마틴은 얼른 일어나 문을 열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밖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거지였습니다.
다 헤진 헌 누더기를 걸치고, 세수를 한 지가 몇 달이 되었는지
그의 얼굴은 때가 꼬질꼬질해서,
마틴은 그가 거지인지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좀 늙어 보이는 거지 남자는 고개를 크게 숙여 절하더니
웃으며 적선을 부탁했습니다.
마틴은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것 같더니
오늘 하루 벌은 돈을 몽땅 그 거지에게 주었습니다.
그런데도 마틴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하나도 안들었습니다.
오히려 마음이 가볍고 즐거웠습니다.
그 거지는 조금 놀라는 듯하더니
곧 몇 번이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갔습니다.
마틴은 그 거지를 보낸 후,
예수님 기다리는 일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가게 문을 닫고 방 안으로 들어와 성경을 펴고
어제 읽은 부분 다음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때, 어둠이 깃든 창 쪽에서 어제의 그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마틴, 마틴!"
반가우면서도 의아한 표정으로 마틴이 물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세요?"
"마틴, 나다. 내가 바로 예수다."
이 말이 들리자마자
마틴의 방 안에는 아까 아침나절에 차를 대접했던
스데반 할아버지의 모습이 나타났다 사라졌습니다.
그리고는 곧 먹을 것과 옷을 주어 보냈던
아기를 업은 여인과 적선을 베풀었던 거지들도 나타났다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는 또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가난한 작은 이웃 한 사람을 대접하는 것이 곧 나를 대접하는 것이란다."
그제서야 마틴은 깨달았습니다.
자신은 오늘 하루 종일 예수님을 못 만난 줄로만 알았는데,
자기도 모르는 새에 하루 종일 예수님을 만났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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