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옷
천사의 옷
하늘나라에서 천사들이 모여 의상콘테스트를 했다. 사람들은 입은 옷 중에서 천사의 옷과 가장 비슷한 옷을 선발하는 것이다.
물론 천사들은 옷의 모양과 색상보다도 그 옷의 용도와 옷을 입은 인간의 심리적인 상태, 그리고 그 옷이 천사의 옷과 비슷한 명백한 이유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심사의 초점을 두고 있었다.
천사들은 세상 사람들에 대한 자기 나름의 이해 방식으로 의상을 준비했고 그렇게 해서 모인 파티장은 마치 박람회장에 온 듯 요란하고 다양했다.
천사들이 한 명씩 무대에 올라 패션쇼를 하듯 의상을 선보이고 내려갈 때마다 좌중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정장차림의 신사숙녀복, 작업복, 비키니 수영복, 교복, 운동복, 한복, 직장 유니폼(그 가운데는 직업을 암시하는 의사가운이나 경찰복, 소방대원복 등 다양한 차림이 있었다) 등등.
생각 밖에 종류가 많았다. 그 가운데 최종 심사에 오른 몇 작품이 있었다.
하나는 웨딩드레스였다. 그 옷을 입은 천사는 말하기를 사람들이 이 옷을 일생에 단 한번 입지만 일생 가운데 가장 행복한 순간이며 흰색의 웨딩드레스와 같이 그 사람의 영혼이 가장 순결하고 아름다운 상태라고 주장했다.
또 하나는 잠옷이었다. 잠옷은 그리 화려하지도 않고 가볍고 편하기 때문에 천사의 옷과 유사한 점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은 잠옷을 입고 잠을 자는 동안만큼은 나쁜 생각과 나쁜 짓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천사의 모습과 가깝다고 하는 주장이었다.
또 하나는 군복이었다. 얼핏 생각하면 전혀 천사의 옷과 다르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상당히 유사한 점이 있다. 그것은 군복의 용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군복은 4계절 복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한결같이 그 옷으로 지낸다. 뿐만 아니라 군복은 정장도 되고 작업복도 되고 잠옷도 된다. 그래서 천사의 옷과 비슷하다.
또 천사들의 옷은 사탄과 싸우기에 적당한 군목이기도 한 것이다. 무엇보다 군복의 의미는 충성심에 있었다. 대상은 다르지만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그리스도에 대한 충성심이 의상 속에 담겨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경쟁을 물리치고 대상에 오른 천사는 자야였다. 자야가 준비해 온 의상은 수의였다.
사람이 입는 옷이지만 살아서는 단 한번도 입지 않는 옷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의가 대상을 받은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수의와 천사 옷의 공통점은 주머니가 없다는 점이다.
김진국(춘천 전원교회 목사)
주간기독교 9월 16일 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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