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신예찬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에라스뮈스 / 김남우역
출판 : 열린책들 201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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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으로 진실을 말하려는데 이걸 어떻게 막겠습니까?"[각주:1]


'바보에게 바보가'라는 노래 제목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노래 제목이 '우신예찬'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신'은 누구인가?

저자는 '우신'의 아버지로 '부유'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전쟁, 평화, 국가 의회, 재판, 민회, 결혼, 계약, 동맹, 법률, 예술, 축제, 엄숙 등 인간 만사의 공적이고 사적인 일을 주재하는 신이며, 어머니는 '청춘'으로 소개한다. 태어난 곳은  '행복의 섬'이며, 바쿠스의 딸 '만취'와 판의 딸 '무지'가 그를 키웠다. '우신'을 따르는 무리로는 '자아도취', '아부', '망각', '태만', '환락', '경솔', '음란호색'이 있으며, 머슴으로는 '광란 축제'와 '인사불성'이 있다.


그러면 '우신'의 도움을 받은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누구인가?

저자는
"어리석음에 가까운 것일수록 더욱 큰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하여 신학자들은 밥벌이가 없어 굶주리며, 과학자들은 추위에 떨며, 천문학자들은 남우세를 받으며, 논리학자들은 업신여김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 오로지 의사만이 만군의 가치를 누립니다. 의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무식하고 무모하며 경솔할수록 명성이 높으며 훈장을 단 고관대작들에게 큼직한 상을 받습니다. 오늘날 어중이떠중이 아무나 펼쳐 보이는 의학이란 수사학과 다를 바 없는 아첨술의 하위 분과에 지나지 않습니다. 의사 다음 자리는 법률가들에게 주어져 있습니다만, 어찌 보면 첫번째 자리를 자치하고도 남습니다. 법률가라는 직업은, 철학자들이 대개 이구동성 조롱하는 것처럼, 이런 말을 내 입에 올리긴 싫지만, 멍청한 당나귀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당나귀들의 처결에 따라 크고 작은 문제들이 결정되고 그에 따라 그들의 재산이 점차 자라납니다. 그사이 신과 관련된 온갖 문서들이 샅샅이 파고들어 꼼꼼히 읽어 보는 신학자는 콩을 쪼개 먹으며 벼룩과 이를 상대로 생사를 건 전쟁을 치러야 하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어리석음과의 천연성이 큰 학문일수록 그만큼 만고에 복되고 복되다고 하니, 따라서 일체 학문과 거래를 끊고 다만 자연이 이끄는 대로 따르는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 중에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각주:2]

종교에 대해서도 그 어리석음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데...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면죄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럼 면죄부라는 거짓 물건을 받아 스스로를 격하게 위무하는 이들은 어떻습니까? 이들은 연옥에서 보내야 할 기간을 물시계로 정확하게 몇 세기, 몇 년, 몇 달, 몇 날, 몇 시간 단위까지 수학 공식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산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무슨 마법의 주문과 기도문 -이런 것들을 성직에 있는 사기꾼들이 재미 삼아 혹은 돈벌이를 위해 생각해 냈습니다-을 달달 외우며 재산, 명예, 쾌락, 풍요, 무궁한 건강, 장수, 정력이 넘치는 노년을 스스로에게 기원합니다. 더불어 이들은 마침내는 천상에서 예수님 옆자리까지 소원하는데, 물론 그 자리엔 최대한 나중에 가기를 바라는즉, 악착같이 매달려도 도저히 떠나지 않을 수 없을 때까지 현세의 쾌락을 누리다가 곧바로 천국의 쾌락을 누리길 바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장사꾼 혹은 군인 혹은 법률가 등은 수많은 약탈로 얻은 재산을 한 푼이나마 지출함으로써 그들이 평생 저지른 레르나 늪 처럼 깊은 죄악을 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 많은 거짓 증언, 방탕, 폭음, 결투, 살인, 사기, 배신, 반역 등이 매매 증서 한 장이면 소멸되며, 이렇게 소멸됨으로써 정결케 되었으니 다시 범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그들은 믿습니다."[각주:3]


또한 성상 숭배와 미신적인 주술행위에 대해 서도 경계하고 있다.


"성 처녀 성모 마리아가 그러한 바, 몽매한 대중들은 그녀의 아드님에게보다 오히려 그녀에게 더 많은 힘을 부여합니다."[각주:4]


루터의 종교개혁 때 신교와 구교 사이에서 중재 하기 위해 노력했던 에라스무스였지만 이미 그의 생각은 기존 권력자들의 부패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어 버린 상황은 아니었는지 생각된다.


처음 부터 끝까지 단숨에 써 내려간 에라스무스의 글 솜씨가 일품이며, 어떤 특정 인물에 대한 비판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현실 속에서 우아함으로 가장하고 살아가는 가식을 고발하고 있으며, 그 이면에는 악의 발톱을 감추고 있음을 고발하고 있다.


때문에 남의 이야기로 마냥 웃고 넘길 수 없는 책이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며, 내가 추구하려고 했던 미래의 모습에 대한 '조소'이기 때문이다.


"웃음으로 진실을 말하자" 

학자와 성직자은 분노했고 [우신예찬]는 금서 목록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에라스무스의 웃음 띤 목소리를 책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웃음으로 진실을 말하려는데 이걸 어떻게 막겠습니가?"



※ 이 책을 읽기 위해 도움이 되는 책(배경지식을 위한 책) 들이 있다면, 호메로스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플라톤 [향연], 에라스무스 [격언집], 헤시오도스 [신들의 계보]이다.


일리아스 (양장)호메로스(Home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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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연플라톤(Pla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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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스무스 격언집 (양장)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Desiderius Eras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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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신예찬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에라스뮈스 / 김남우역
출판 : 열린책들 201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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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라티우스, [풍자시] 1,1,24행에 제시된 풍자의 원리. [본문으로]
  2. 본문중에서 p.82, 83. [본문으로]
  3. 본문중에서 p. 99-100 [본문으로]
  4. 본문중에서 p. 10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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