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신예찬] 에라스무스, 김남우 역, 열린책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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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으로 진실을 말하려는데 이걸 어떻게 막겠습니까?" 1
종교에 대해서도 그 어리석음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데...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면죄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럼 면죄부라는 거짓 물건을 받아 스스로를 격하게 위무하는 이들은 어떻습니까? 이들은 연옥에서 보내야 할 기간을 물시계로 정확하게 몇 세기, 몇 년, 몇 달, 몇 날, 몇 시간 단위까지 수학 공식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산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무슨 마법의 주문과 기도문 -이런 것들을 성직에 있는 사기꾼들이 재미 삼아 혹은 돈벌이를 위해 생각해 냈습니다-을 달달 외우며 재산, 명예, 쾌락, 풍요, 무궁한 건강, 장수, 정력이 넘치는 노년을 스스로에게 기원합니다. 더불어 이들은 마침내는 천상에서 예수님 옆자리까지 소원하는데, 물론 그 자리엔 최대한 나중에 가기를 바라는즉, 악착같이 매달려도 도저히 떠나지 않을 수 없을 때까지 현세의 쾌락을 누리다가 곧바로 천국의 쾌락을 누리길 바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장사꾼 혹은 군인 혹은 법률가 등은 수많은 약탈로 얻은 재산을 한 푼이나마 지출함으로써 그들이 평생 저지른 레르나 늪 처럼 깊은 죄악을 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 많은 거짓 증언, 방탕, 폭음, 결투, 살인, 사기, 배신, 반역 등이 매매 증서 한 장이면 소멸되며, 이렇게 소멸됨으로써 정결케 되었으니 다시 범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그들은 믿습니다." 3
또한 성상 숭배와 미신적인 주술행위에 대해 서도 경계하고 있다.
"성 처녀 성모 마리아가 그러한 바, 몽매한 대중들은 그녀의 아드님에게보다 오히려 그녀에게 더 많은 힘을 부여합니다." 4
루터의 종교개혁 때 신교와 구교 사이에서 중재 하기 위해 노력했던 에라스무스였지만 이미 그의 생각은 기존 권력자들의 부패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어 버린 상황은 아니었는지 생각된다.
처음 부터 끝까지 단숨에 써 내려간 에라스무스의 글 솜씨가 일품이며, 어떤 특정 인물에 대한 비판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현실 속에서 우아함으로 가장하고 살아가는 가식을 고발하고 있으며, 그 이면에는 악의 발톱을 감추고 있음을 고발하고 있다.
때문에 남의 이야기로 마냥 웃고 넘길 수 없는 책이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며, 내가 추구하려고 했던 미래의 모습에 대한 '조소'이기 때문이다.
"웃음으로 진실을 말하자"
학자와 성직자은 분노했고 [우신예찬]는 금서 목록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에라스무스의 웃음 띤 목소리를 책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웃음으로 진실을 말하려는데 이걸 어떻게 막겠습니가?"
※ 이 책을 읽기 위해 도움이 되는 책(배경지식을 위한 책) 들이 있다면, 호메로스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플라톤 [향연], 에라스무스 [격언집], 헤시오도스 [신들의 계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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