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들의 발자국 (개정판)
국내도서>종교/역학
저자 : 한홍
출판 : 비전과리더십 200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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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브루클린 다저스의 책임자였던 브랜치 리키는 자신이 눈여겨본 탁월한 재능의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에게 거룩한 실험을 제안했다. 그것은 프로 야구계에서 인종 차별의 벽을 깨는 것이었다. 로빈슨은 성깔도 있고 힘도 센 사람이었다. 군대에 있을 때, 버스 뒷칸에 앉으라는 것을 거부하다가 영창에 간 일도 있었다. 그런 그를 앉혀 놓고 리키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란 책을 읽어 주며(로빈슨은 독실한 감리교 신자였다) 이렇게 다짐시켰다. "이제 자네가 그라운드로 나가면 군중이 매 게임마다 갖은 욕설과 야유를 퍼부을 것이고, 물건들을 집어던질지도 모르며, 증오에 찬 고함과 눈길을 던질지도 모르네. 그러나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네는 절대 감정적인 보복적 반응을 해서는 안된네. 알겠나? 자네는 자네 자신을 위해 야구를 하는 게 아니라, 차별 받는 흑인들 전체의 명예를 걸고 뛰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게." 젊은 혈기의 로빈슨은 기도하면서 이 도전에 응했다. 그리고 그는 평생 이 약속을 지켰다.

운명의 날, 1947년 4월 15일부터 그는 부루클린 다저스의 1루수로 뛰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일은 쉽지 않았다. 로빈슨은 팬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욕설과 야유와 죽이겠다는 협박이 담긴 편지를 받았고, 심지어는 몇몇 동료들조차도 그를 곱지 않은 눈길로 흘겨 보았다. 그가 실수라도 한 번 범하면 군중들은 당장 죽일 듯이 야유를 보냈다. 어떤 사람은 후에 기록하기를 "로빈슨은 구장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었다. 그런 모욕과 고통과 따돌림을 당하고도 저렇게 의연히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로빈슨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자기에게 모욕적인 편지를 보낸 팬에게 보낸 답장에서 로빈슨은 한 번은 이렇게 썼다. "당신이 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나를 같은 인간으로 대해 줄 순 없습니까?"

그러나 로빈슨은 약속대로 한 번도 감정을 드러내며 보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처지에 있으면서도 다른 선수들을 격려하고 칭찬하기까지했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강타자인 미키 맨틀이 아직 신인이었을때, 로빈슨은 그를 직접 찾아가 악수를 청하며 "너는 정말 대단한 선수다. 반드시 대성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훗날 미키 맨틀은 그날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때 정신이 멍해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 그토록 심한 모욕과 야유와 욕설과 따돌림을 당한 사람이, 오클라호에서 올라온지 얼마 안 된 시골 풋내기 백인 선수에게 그런 따뜻한 격려를 해줄수 있단 말인가?"

로빈슨은 10년 동안 다저스 팀에서 뛰었는데, 그가 뛰는 10년 동안 다저스 팀은 6번이나 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1947년에 그는 내셔널리그 최고 신인상을 받았고, 1949년도에는 MVP로 선정되었다. 생애 통산 타율은 0.311, 도루 197개, 6번의 월드 시리즈와 6번의 올스타 게임을 뛰는 찬란한 기록을 남겼던 그는, 1962년에는 야구 명예의 전당에 기록되었고, 1972년 53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의 거룩한 희생으로 인해 수백, 수천의 흑인 선수들이 미국 프로 스포츠계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놓이게 되었다. 미국 프로 야국 최고의 홈런 왕이었던 행크 아론은 자신이 제일 존경하는 영웅으로 서슴지 않고 재키 로빈슨을 꼽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모든 흑인 선수에게 영원히 꺼지지 않는 횃불을 넘겨 주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야구나 다른 프로 스포츠계에서 인종 차별의 벽이 무너지는 데 몇 년이 더 걸렸을지 모른다. 내가 최고의 홈런 기록을 세우게 된 것도 바로 그의 거룩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흑인의 긍지를 위한 어떤 사명감을 위해서 열심히 뛰었던 것이다."

우린 다 겁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을 의지하여 5분을 더 참으면 그것이 바로 용기이다. 우리가 그렇게 용기를 잃지 않고 버텨낸 그 자리에,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찬란한 봄날의 푸른 새싹처럼 힘찬 꿈의 발자국을 찍을 것이다.

- [거인들의 발자국], 한 홍. p.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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