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 인민사원이 극단적인 결말로 이어진 까닭은?

사이비 종교 인민사원이 극단적인 결말로 이어진 까닭은?

설득의 심리학 국내도서 저자 :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B. Cialdini) / 황혜숙역 출판 : 21세기북스(북이십일) 2013.07.22 상세보기

인민사원(The People’s Temple)은 샌프란시스코를 본거지로 빈민층의 사람들을 포교의 대상으로 했던 사이비 종교집단의 일종이었다. 이 집단의 정치적, 사회적, 그리고 영적 지도자였던 존스(Jones) 목사는 1977년, 그 본거지를 가이아나의 정글 속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그 이후의 그들의 존재는 1978년 11월 8일 캘리포니아 주의 하원의원이었던 라이언(Ryan)과 그의 보좌관들이 이 집단의 비리를 조사하던 중 가이아나이 정글 존스타운에서 그들에 의해 살해당하기 전까지는 거의 사람들의 관심속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그가 체포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존스타운 자체가 와해될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한 존스 목사는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이 사이비 종교집단의 최후를 연출했다. 그는 신도들을 모두 집합시킨 후, 모두가 자살할 것을 명령하였다.

 

한 어린아이를 데리고 있던 젊은 여자가 제일 먼저 그의 명령에 응했다. 그녀는 침착한 모습으로 제단 앞으로 다가와서 딸기 맛이 첨가된 독약을 한 컵 따라서 먼저 그녀의 어린 아이에게 먹이고는 뒤를 이어 자신도 똑 같은 모습으로 독약을 마신 후 조용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다가 4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숨을 거두었다. 뒤를 이어 신도들은 한 사람 한 사람씩 순서대로 독약을 마시고 자살하였다. 비록 신도들 중에서 몇몇은 존스 목사의 명령을 거역하고 존스타운을 탈출하기도 하였지만, 910명이나 되는 신도들의 대다수는 침착한 모습으로 그리고 자발적으로 독약을 받아 마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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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때문에 신도들이 존스 목사의 죽음의 명령에도 복종하게 되었는가를 설명하기 위하여 수많은 이론들이 제기되었다.

혹자는 그 이유를 존스 목사의 카리스마적 권위에 초점을 맞추어서 설명하였다. 그가 신도들에게 군주처럼 신봉되었고 아버지처럼 신뢰받았으며, 황제처럼 대접받았기 대문이었다.

또다른 사람들은 그 원인을 인민사원의 신도들에게 찾으려고 하였다. 인민사원의 신도들은 대다수가 빈민층 출신이었기 때문에 어차피 삶이라는 것이 그들에게는 그리 큰 의미가 없었다고 설명하였다. 또 혹자는 인민사원의 종교 규율이 지도자의 명령에 의심없이 절대 복종하는 것을 최상의 미덕으로 삼았기에 그런 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다고 설명하였다.

이런한 모든 설명들이 존스타운의 비극을 일면 설명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강력한 지도자와 함께 가난한 사람들을 주요 신도로 삼고 있는 사이비 종교는 이 세상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사이비 종교들의 어떠한 곳에서도 존스타운의 비극적 사건 같은 것의 십분의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존스타운의 비극에는 분명 드러나지 않은 중요한 원인이 숨겨져 있었음에 틀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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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으로는 신도들로 하여금 죽음의 명령에 의심없이 따르도록 만든 가장 중요한 동기는 인민사원의 본거지를 물설고 낯설은 정글 밀림 속의 정글로 옮긴 일년 전의 의사결정이었다. 만일 존스 목사가 알려진 대로 천재적 악마였다면, 그는 종교의 본거지를 밀림 속의 정글로 옮기는 것이 그의 신도들에게 미칠 엄청난 심리적 영향에 대해 너무도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갑자기 신도들은 완전히 낯선 곳에서 살게 되었다. 밀림에서의 삶은 그들에게 익숙했던 샌프란시스코에서와는 천양지차로 달랐다. 물리적으로도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그들에게 너무도 불확실하였다.

 

‘불확실성’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이다. 바로 사회적 증거 법칙의 오른 팔이 아닌가? 상황이 불확실할 때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여 어떤 행동이 적절한 것인가를 결정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번 설명하였다. 따라서 외딴 정글이라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민사원의 신도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쉽게 영향을 받아 다수가 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또한 역시 이미 설명되었듯이, 다른 사람들 중에서 특별히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의 행동은 우리로 하여금 의심없이 그들의 행동을 모방하게 만든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정글 속의 존스타운에서는 모두가 서로 비슷한 신도들만이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점이 바로 존스 목사가 노렸던 일석이조의 효과가 아니었을까? 종교의 본거지를 정글로 옮기는 결정은 존스 목사에게 사회적 증거 법칙의 양날개인 불확실성과 유사성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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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발견한 첫번째 사회적 증거는 그들의 동료 중의 한 사람이 존스 목사의 명령에 신속하게 복종하여 주저없이 독약을 받아 마셨다는 사실이다. 강력한 지도자가 있는 집단에서는 어디서나 그와같이 광신적으로 지도자를 추종하는 사람들을 언제든지 발견할 수 있다. 인민사원의 경우에, 그녀의 행동이 신도들에게 모범을 보이도록 미리부터 계획된 것인지 아니면 존스 목사의 명령에 자발적으로 추종한 것인지는 쉽게 분별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이유가 무엇이었든 상관없이 그녀의 행동이 나머지 신도들에게 끼친 심리적 영향은 엄청났다. 만일 우리가 전혀 개인적으로 모르는 사람이라도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 자살했다는 기사를 읽게 되면 그 영향으로 우리도 따라서 자살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았을 때, 존스타운같이 고립된 곳에서 자기의 동료가 아무런 주저없이 독약을 마시고 있는 행동이 내포하고 있는 엄청난 영향력을 한번 상상해 보라.

 

두번째의 사회적 증거는 신도들의 반응 그 자체에서 발견되었다. 아마도 내가 추측컨대, 신도들이 처해 있는 그때 상황에서도 위기의 사람을 그저 방관만 하고 있는 구경꾼들에게서 발견되는 다수의 무지 현상이 발생했을 것이다. 존스타운의 모든 신도들은 최후의 순간, 주위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여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주어진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인가를 결정하려 하였지만 그들의 눈에 비친 다른 신도들의 모습은 모두 한결같이 침착하기만 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이들이 내부적으로는 안절부절하고 있었으면서도 외부적으로는 전혀 그러한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그들도 은밀하게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신도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그들은 이 상황에서는 침착하게 순서에 따라서 죽음의 독약을 받아 마시는 것이 가장 적절한 행동이라고 결정하였을 것이다. 이와 같이 잘못 해석되어진 사회적 증거들 앞에서 그들 신도들은 놀랍도록 조용한 모습으로 열대림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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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장의 도살꾼에 의하면, 무리의 속성을 알게 되면 수많은 가축들을 통제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한다. 가축 무리의 일부분만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가면, 나머지 가축들은 제일 앞서가는 것의 뒤를 따른다기보다는 자기 주위에 있는 가축들의 움직임에 따라서 계속 앞으로 앞으로 평화롭게, 그리고 기계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존스 목사의 놀라운 영향력도 알고 보면 그의 탁월한 개성의 힘보다는 설득 심리학에 대한 심오한 이해와 지식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 설득의 심리학,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B. Cialdini) / 황혜숙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