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닦아주는 사람

 

나에게는 두 아들이 있습니다. 달랑 둘이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너무 많습니다. 

옛 어른들이 그러더군요. 못난 자식에게 마음이 더 간다고... 그렇더군요 정말로...

 

제 둘째 아이를 출산하던 날, 온 가족들은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면으로 보이는 얼굴, 그 얼굴에 붙어 있는 입술이 쩌억 갈라져 나온 그리고 입천장까지 갈라진 구순열, 구개열... 흔히들 말하는 언청이였어요.

 

애써 낳은 아들을 향해 얼굴을 돌릴 수 없었습니다. 하늘이 원망스러웠고 22살 꽃다운 나이에 결혼해서 생활한 시간들이 원망스러웠구요. 24살, 둘째  아이의 출산은 비참한 악몽이었고요. 더러운 꿈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회복실에 누워 한없이 울었어요. 아이도 보지 않았어요. 온종일... 부끄러웠어요. 내가 낳은 아들이 이런 병신(?)이구나... 하는 마음에

 

4대 독자였던 남편에게서 독자의 신화가 깨어 졌다고 좋아하던 친척들과 가족들.. 좋아할 틈이 없었어요. 누가 혹, 나에게 마음의 돌이라도 던질까  두려웠죠. 그 아이는 내가 낳은 아이니 까요. 그것도 병신 아이를...

 

젖을 물수도 없던 아이였기에 특수 젖꼭지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남편이 구해온 것은 어른의 엄지손가락 두개 만한 크기의 커다란 젖꼭지... 우유를 타서 먹이면 너무 큰 젖꼭지를 웩웩!!! 하며 구역질을 하며 아이는 요상한 젖꼭지에 적응을 해갔답니다.

 

편안하게 누여서 먹일수도 없었었습니다. 행여나 우유가 뚫린 천장 사이로 들어가 기도가 막힐까 염려하여 출산한 지 삼일째 되는 아일 어른이 앉는 90도 각도록 안고 우유를 먹어야 했어요. 아이도 나도 땀을 뻘뻘 흘리며

 

매일이 우유병과 전쟁을 했어요. 트름을 할 때마다 우유가 코로 흘러나와 아이가 기진맥진하며 숨을 헐떡거리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온 식구들이 놀라 밤잠을 설치고... 낳은 지 한 달이 되어 대학병원에 갔어요.

 

그런데 내 아이가 가장 병신(?)이라고 생각하며 병원 복도에서 있는데 부끄러움을 드러내기도 전에 복도를 즐비하게 다니는 사람들... 아이들 틈에서 별별 병신(?)들이 다 눈에 띄었어요.

 

머리가 흉직하게 생긴 아이, 귀가 없어서 수술받으러 온 아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의 화상을 입고 온 아이, 소아암 말기로 머리털 하나 없이 울부짖는 아이, 뻣뻣하게 굳어 평생을 부모에게 온몸을 의지해야 하는 중증 뇌성마비 아이... 침을 질질 흘리며 병원복도 바닥에서 엄마에게 억지를 쓰는 다운증후군 아이...

 

품에 앉고 남이 볼까 창피해서 감싸 앉았던 아이를 내려다보았어요. 입술이 갈라지기는 했지만 여러 차례 수술을 거치고 교정을 하면 고칠 수 있는 병을 가진 내 아이, 평생 부모를 의지 하지 않아도 되는 너무나 총명하게 생긴 내 아이를 보았어요.

 

내가 얼마나 사치스런 고민을 하고 불행한 척을 했는지...

 

정확히 100일이 되던 날 수술실에서 붕대를 감고 나올 때 눈물도 범벅이 되어 간신히 마취에서 깨어나고 있던 아이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잠시나마 내 아들에 대해 부끄러움을 가졌던 자신에 대해 부끄러웠습니다. 수술 상처가 터질까 봐 튜브로 우유를 빨고 아파서 울부짖던 아이를 밤낮으로 안고 다니며... 나는 그제서야 진짜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엄마라는 은총을 거저 주시지는 않았습니다. 낳는 수고와 함께 눈물과 땀으로 길러내는 엄마의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두 차례의 수술과 턱 교정 치료를 받고 있어요. 큰 아들보다 말도 빨라서 유달리 농담도 잘하고 넉살도 좋으며 요즘은 한글을 배우느라 여념이 없답니다.

 

어느 날

거을 보던 아들이 마구 웃습니다.

 

"왜 웃어?"
"엄마 내 코가 찌그러졌다. 히히히"
"......"

 

아직 잘 모르고 그렇게 웃는 아이를 보며 우리 부부는 가끔 눈시울을 적십니다. 혹여나 입술에 난 흉터로 친구들이 놀리거나, 외모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러나 저는 확신합니다. 누구보다 아름다운 청년이 되어 외부에 보이는 상처가 아닌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사는 이들을 어루만지는 사람이 될 거라고...

 

눈물 속에 갇혀 있던 내 아들 많은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인공 다리를 하고 달리는 남자
인공 다리를 하고 달리는 육상선수 @ Image by Pexels from Pixabay

 

글쓴 저자를 알 수 없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아이들은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차별하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받아주고 대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단지, 어른이들이 세상을 나누고, 편협하게 만들고 그것을 아이들을 따르도록 선동 할 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서 느꼈던 감정과 인식의 변화를 통해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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