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서 생명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러시아가 낳은 위대한 작가 도스토예프스키, 그러나 그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신앙심이 깊고 자상했던 그의 어머니는 남편의 학대에 시달리다가 결핵으로 사망하였고, 철저한 폭군으로 농민들을 학대하던 아버지는 결국 농민들에 의해 살해되었다. 열여덟 살에 아버지의 끔찍한 죽음을 목격학 큰 충격을 받은 도스토예프스키는 간질 발작을 일으켰는데, 이것은 평생 그의 지병이 되었다.

청년 시절, 오직 그의 관심은 문학과 사회주의로 흘러갔다. 기독교를 권력에 기생하는 종교로 간주하여 혐오하였고 철저한 무신론자임을 자처했다. 사회주의를 통해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신념으로 비밀 조직에 가담한 그는 결국 체포되어 총살형을 선고받았다.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나다니...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정말 보람있게 살텐데...." 사형대에 묶인 도스토예프스키는 28년의 삶을 돌이키며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사형 집행이 막 시작될 무렵 멀리서 한 병사가 흰 손순건을 휘날리며 달려왔다. "황제의 특명이오. 집행을 중지하시오!"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널 수 있는 다리가 그의 앞에 기적적으로 놓인 것이다.

유배지인 시베리아로 가는 기차가 간이역에 멈췄을 때 그는 어느 부인으로부터 작은 책 한 권을 받았다. 그것은 신약성경이었다. 그는그 책을 가슴에 소중이 품었다.

그는 수용소에서 온갖 흉악한 범죄자들과 부대끼면서 혹독한 추위와 싸우며 힘든 노동을 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성경을 읽었다. 작은 성경책 속에서 그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리스도를 만났다. 그리고 이렇게 고백했다. "누가 내게 '그리스도는 진리가 아니다'라고 증명한다 하더라도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있고 싶다. 나는 진리보다도 차라리 예수와 함께 있다 싶다."

4년간의 유배 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주옥같은 소설들을 써 내려갔다. 참혹한 수용소 생활을 담은 「죽음의 집」, 불우한 도망자의 끝이 구원으로 이러지는 「죄와 벌」, 수용소에서 만난 사람들을 형상화한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이르기까지 불후의 명작은 계속되었다. 그가 겪은 모든 고통이 작품속에 절묘하게 스며들어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마음속에 증오를 품고 교회를 혐오하던 청년, 외톨이, 가난뱅이, 간질병자인 도스토예프스키는 에수를 만나 위대한 작가로 변했다. 죽어야 했던 그는 유배지에서 생명을 안고 돌아온 것이다.

가이드포스트 2001년 11월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