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스테파노 신부님이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회고담을 정리한 '봄비와 아버지'라는 글을 읽었다. 말기암을 선고 받은 이후에도 신부님의 아버지는 별다른 의학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책을 읽고 일상 생활을 해나가셨다. 그래서 신부님은 화가 나가디고 하고 슬프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9시 뉴스를 함께 보던 아버지께 신부님은 "아버지, 지금 이런 순간에 저런 세상일들이 무슨 의미입니까?"라고 여쭈었다. 그러자 돌아온 답은 생사 사를 초월한 담담한 답이었다.

 

  "지금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은 저런 세상일들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 왔던 삶의 방식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키는 것이다."

 

  또한 울먹거리는 가족들에게도 활짝 웃으면서 "세상에 태어난 그 어느 누구도 이 여행길을 피해가지 못했어. 어차피 우리 모두가 가야 하는 길이라면 이왕이면 웃으면서 가자. 웃으면서 보내줘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고 한다.

 

  소크라테스도 인간이기 때문에 살고 싶었을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살기 위해서 본인이 그토록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원칙을 저버리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자기의 생사관을 정리하며 죽음에 대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하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을 해본다.

 

공병호, 공병호의 고전강독 1, 해냄, 2012. p.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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